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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설비업체서 1억 수뢰 혐의 한수원 김종신 전 사장 구속

중앙일보 2013.07.08 00:51 종합 14면 지면보기
김종신(67)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원자력발전소 냉각수 관련 업체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수사단(단장 김기동 지청장)은 7일 원전설비업체 H사 대표 L씨(76)로부터 “원자력발전소 납품과 관련한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김 전 사장을 구속했다. 지난 4일 검찰이 김 전 사장을 긴급체포하고, 서울 성동구 자택을 압수수색한 지 3일 만이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정기상 판사는 이날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냉각장비 12년 연속 납품
업체 대표 집 압수수색

 H사는 원전 냉각수로 사용되는 물을 깨끗이 거르는 설비(복수탈염설비 등)들을 납품하고 사후 관리하는 업체다. 이 회사는 2002년부터 고리·영광(한빛원전)·월성·울진(한울) 4개 지역 23기 원전에 관련 장비를 독점 납품·관리해 온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한수원은 통상 3년마다 경쟁 입찰을 통해 각종 설비 납품 및 관리 업체를 선정한다. 또 H사와 같은 설비를 만들고 유지·보수까지 하는 업체가 2, 3곳 더 있다. 그럼에도 H사는 그간 네 차례 연속 낙찰을 받아 12년째 관련 장비를 관리해왔다.



 이 업체는 또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수주한 브라카 원전에도 설비를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사의 경기도 안산 본사 사옥과 대표 L씨의 자택 역시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된 김 전 한수원 사장은 1972년 한국전력에 입사한 뒤 원자력발전 관련 업무를 주로 맡았다. 한전 원자력연구실장·원자력발전처장을 거쳐 2001년 한수원이 한전에서 분사한 뒤에는 한수원 발전본부장을 지냈다. 2007년 4월 한수원 사장이 됐고, 사상 첫 연임을 하며 지난해 4월까지 재직했다.



 그가 한수원 사장으로 일한 기간은 검찰 수사 결과 한수원이 원전 부품·설비 납품업체와 시험기관에 시험성적서 위조를 공모하도록 지시한 시기다. 그러나 이번에 김 전 사장이 구속된 사유는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사장이 시험성적서 위조 같은 다른 원전 비리에 관련됐는지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한수원 간부사원인 송모(48·구속) 부장 자택과 제3자의 집에서 모두 수억원에 이르는 현금 5만원권 다발이 발견됨에 따라 이와 관련된 자금 일부가 김 전 사장에게까지 전달됐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부산=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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