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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성공단 정상화, 관건은 재발 방지다

중앙일보 2013.07.08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개성공단을 정상화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 남북한은 17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어제 새벽 개성공단의 재가동 원칙과 설비 점검 및 제품 반출 계획 등을 담은 합의서에 서명했다. 북측이 우리 쪽 근로자의 입경(入境)을 일방적으로 제한하면서 시작된 개성공단 사태가 96일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남북한 실무 당국자들은 두 차례의 전체회의와 열 차례의 수석대표 접촉 끝에 극적인 타협을 이뤄냈다. 뜬눈으로 희소식을 기다린 입주 기업인들과 함께 합의 결과를 환영한다.



 당초 이번 실무회담은 쉽지 않은 회담이 될 걸로 예상됐다. 우리 측은 북측의 일방적 조치로 공단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역점을 둔 데 비해 북한은 공단 재가동에 초점을 맞췄다. 결국 양측은 어려운 문제는 미루고, 당장 급하고 쉬운 문제부터 푸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자세로 절충을 시도했다. 장마철을 맞아 설비 점검이 시급하다는 기업인들의 절박한 호소를 받아들였고, 공단에 두고 온 완제품과 원부자재, 설비의 반출도 허용했다. 이를 위해 북측은 남측 관계자들의 통행과 통신, 신변안전과 무사귀환을 보장키로 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던 기업인들로서는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개성공단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어제 채택한 합의서에서 남북은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에 인식을 같이하고 준비되는 대로 공단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또 재발 방지 등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후속 회담을 10일 개최하는 것으로 했다. 합의문만 놓고 보면 남측은 재발 방지 대책 등 발전적 정상화 방안이 마련돼야만 재가동 준비가 끝나는 것으로 해석하는 반면 북측은 기술적 문제만 해소되면 재가동 준비가 완료되는 것으로 해석할 소지가 있다. 이를 둘러싸고 후속 회담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공단 운영이 파행을 겪는 사태가 또다시 발생한다면 개성공단 정상화는 의미가 없다. 이 점에 대해서는 입주 기업인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는 박근혜정부가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과 함께 기업들의 피해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북측에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그냥 넘어갈 순 없는 일이다.



 수석대표의 ‘격(格)’을 둘러싼 논란으로 어렵게 합의된 남북 당국회담이 허망하게 무산된 지난 사례에 비하면 이번 실무회담은 비교적 원만하게 진행됐다.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부터 풀어야 한다는 북한 나름의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개성공단 영구폐쇄는 북측으로서도 큰 부담이고 손실일 것이다. 이번 기회에 남북은 정경분리 원칙에 입각해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의 재발을 근본적으로 막음으로써 발전적 정상화를 실현할 수 있는 상생의 묘수를 찾아야 한다. 뜻과 지혜를 모은다면 그 길은 반드시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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