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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등록금으로 대납한 사학연금 환수해야

중앙일보 2013.07.08 00:01 종합 30면 지면보기
연세대·아주대·한양대 등 대학 44곳이 교직원 개인이 내야 할 사학연금 보험료 2080억원을 교비회계에서 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일 대학 명단과 액수가 공개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학생과 학부모단체들의 비난 여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학생들의 등록금을 가지고 대납한 돈이므로 당장 회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당 대학들은 기본급을 인상할 수 없어 수당 형식으로 교직원들에게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교비회계에서 교직원 개인의 연금부담액을 내줬으나 등록금을 손댄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교비회계 수입 중 63%가 등록금 수입이므로 대납액은 등록금에서 충당한 게 아니라는 논리다.



 대학의 이런 논리는 군색하기 짝이 없다. 대학의 연금 대납이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 본부와 교직원 당사자 외엔 아무도 이런 관행이 있음을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대학이 해마다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예·결산 자료에도 이런 내용은 나와 있지 않다. 대학이 예·결산 자료를 공개하는 이유는 교육비를 부담하는 학생·학부모에게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게 해주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대학은 교직원 노조 등과 단체협약을 맺어 이런 암묵적 거래를 지속했으며, 이 과정에서 정작 대학에 돈을 내는 학생이나 학부모는 철저히 소외됐다.



 연금 대납은 교육수요자의 알 권리를 침해했을 뿐 아니라 이들에 대한 신의성실 원칙을 깨뜨린 행위다. 따라서 과거의 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대학이 교직원들에게 이미 지급해 강제 회수할 수 없다면 그 액수만큼 향후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액을 낮춰주는 등 대책을 강구하는 게 맞다. 교육부도 대학의 연금 대납 관행이 드러난 만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하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개입해 재발 방지책을 내놔야 한다. 대학들이 예·결산 자료를 공개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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