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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관현악단이크로스오버 뮤직을 만나면?예측불허 상상은 자유

중앙선데이 2013.07.05 15:35 330호 16면 지면보기
국악관현악이 크로스오버 뮤직을 만난다. 국립극장의 ‘여우락 페스티벌’(7월 3~27일)을 통해서다. 여우락은 ‘여기 우리 국악이 있다’의 줄임말. 2010년 시작해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한국 음악에 뿌리를 두고 독특한 개성과 스타일로 세계와 소통하는 아티스트를 모아 다양한 각도로 기획한 공연을 선보인다. 올해의 하이라이트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원일(46)과 여우락 예술감독 양방언(53)이 뭉친 무대 ‘조율’(26, 27일). 양방언과 원일의 영화 음악과 가수 한영애의 노래를 국악관현악으로 편곡해 원일의 지휘, 국립국악관현악단과 양방언의 연주, 한영애의 보컬로 펼쳐보인다. 2년째 여우락을 이끌고 있는 ‘범아시아 탈장르’ 뮤지션 양방언과 실험적인 작업으로 우리 소리의 본질을 진지하게 탐구해 온 ‘창작 국악의 프론티어’ 원일. 두 사람이 꿈꾸는 새로운 우리 음악은 어떤 색깔일까.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만난 양방언·원일

양방언과 원일은 전혀 다른 색깔의 뮤지션이다. 양방언은 재일 한국인으로 1998년 처음 고국 땅을 밟은 이래 한국과 일본, 중화권을 오가며 다양한 아시아의 민속악기와 서양 오케스트라를 접목한 웅장하고 진취적인 느낌의 음악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작곡가이자 피리와 타악기마스터인 원일은 타악그룹 ‘푸리’(1993~), 창작국악앙상블 ‘바람곶’(2004~) 등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음악집단을 이끌다 지난해부터 관현악단 지휘봉까지 잡았다.
이들의 인연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막 국내활동을 시작한 양방언이 아버지의 고향 제주도에서 받은 감흥으로 작곡한 ‘Prince of Jeju’에 원일이 태평소 피처링으로 참여하면서부터. 이후 2002부산아시안게임 공식 주제곡으로 선정된 ‘Frontier!’에 원일이 ‘푸리’를 이끌고 참여해 전국적인 호응을 얻었고, 자연스레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두 분이 함께한 ‘Frontier!’ 이후 퓨전국악의 큰 흐름이 형성됐다.
“아류가 많이 나오긴 했다. 젊은 친구들이 너무 이쪽으로 오니까 ‘양방언-원일류’의 퓨전이 문제라는 비판도 받았다. 거기에 진짜 국악이 있느냐는 건데, 애초에 방향이 다르니 서로 비교대상이 아니라고 본다.”(양방언)

“방언 형님의 대중적 코드는 놀라울 정도다. 사실 나도 전에는 음악을 혼자서 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형님 음악은 전제에 늘 청중이 있더라. 음악이란 사람들이 들어야 한다는 건데, 국악에서 대중적 감각을 찾을 때 쓸데없이 어려운 것을 커트해 내는 부분은 배워야 한다.”(원일)
지난해 전체 공연 절반 이상 매진, 전체 객석점유율 90%를 기록하며 대표적인 여름 페스티벌의 하나로 정착한 여우락은 올해도 가야금 명인 황병기를 비롯, 대중가수에서 국악 작곡가로 거듭난 김수철, 차세대 소리꾼 민은경 등 국악계 스타들을 대거 초청했다. 4주 동안 각 주마다 ‘레전드’ ‘챌린지’ ‘크로스오버’ ‘초이스’라는 테마로 총 10개 공연이 16회에 걸쳐 펼쳐진다. 체험 프로그램도 강화됐다. 양방언· 원일은 물론 세계적 스타로 떠오른 소리꾼 이자람과의 만남이 주선되는 ‘여우톡(Talk)’, 국악전공 대학생을 위한 5박6일 집중 멘토링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올해 여우락은 어떤 면에서 차별화됐나.
“여우락에서만 볼 수 있는 공연이어야 하고, 많은 사람이 보고 싶은 공연이어야 했다. 원일 감독이 함께하는 ‘푸리20주년 기념콘서트’가 대표적이다. 처음 ‘푸리’를 만나 충격적이었던 게 전통음악 공연에서 관객들이 그렇게 소리지르고 열광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고, 많은 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공연을 선정했다.”(양)

“여우락이 우리 음악의 상징적인 페스티벌로 자리잡고 있다. 역량 있고 검증된 그룹들을 모아 나라가 주도해서 끌고 간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전통 음악을 현대화하는 작업에 우리만큼 역동적인 나라가 없고, 여우락이 그 기운의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월드와이드한 코드를 가진 양방언 감독은 우리 음악이 세계로 뻗어갈 수 있다는 암시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다.”(원)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을 기반으로 대중적이고 감동적인 음악을 빚어내는 양방언과 강렬한 타악기 리듬을 기반으로 낯설고도 신선한 울림을 만들어내는 원일. 판이한 성격의 음악을 만드는 두 사람의 접점이 영화음악이다. 양방언은 2007년 영화 ‘천년학’으로 영화평론가협회상을, 2009년엔 다큐멘터리 ‘차마고도’로 제6회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했다. 원일은 영화 ‘꽃잎’ ‘아름다운 시절’ ‘이재수의 난’ ‘황진이’로 대종상 영화음악상을 4회나 수상했다. 두 사람의 영화음악을 바탕으로 한 ‘조율’ 공연은 그간 여우락 페스티벌에 참여하지 못했던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처음 합류한다는 점에서도 뜻 깊은 시도다.
“우리나라에서만 들을 수 있는 고유의 매력을 더 많이 발견하고 싶어서 국악관현악단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우리는 늘 새로운 게 없으면 못사는 사람이다. 서양 오케스트라용으로 만든 곡을 국악관현악단이 어떻게 소화해낼지, 예측불허한 것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 자체가 중요하다.”(양)

오래 전부터 국악관현악의 방향성을 고민해온 원일은 예술감독으로서 국악기의 음향적 정체성과 연주자들의 역동성에 역점을 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 음악의 본질이었던 연주자의 즉흥성을 되살리는 작업이다. “우리에겐 서양 클래식처럼 기계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레퍼토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작곡, 편곡해야 하느냐가 연주자들에게 심어져야 하는데 악보에 매여있는 것은 모순이다. 그걸 변화시키는 과정에 있다. 서양 오케스트라의 장점을 취하면서 우리 고유의 색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원)

사실 두 사람은 국내보다 세계 무대에 더 알려졌다. 양방언은 80년대 록스타 하마다 쇼고의 키보드세션으로 일본 대중음악계에서 입지를 굳힌 뒤 과감히 둥지를 떠났다. 90년대 홍콩의 록밴드 ‘비욘드’ 프로듀스를 시작으로 드라마·영화음악 분야에서 중화권에 이름을 알렸다. 런던필·로열필 등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 러시아 가수의 프로듀스 등 세계를 누비며 활동해 왔다. 원일은 1993년 일본의 타악기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 결성한 ‘푸리’로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에서 매년 정기공연을 열었다. 타워레코드에서 쇼케이스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국악앙상블 ‘바람곶’을 이끌고 영국·프랑스·네덜란드 등 유럽을 돌며 매년 콘서트를 열고 있다. 지난달에는 영국 K뮤직페스티벌에서 국악오케스트라의 존재를 세계에 어필해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싸이 열풍으로 K팝의 위상이 높아졌는데 K뮤직은 어떤가.
“외국에선 현대와 전통의 갭을 보여주는 우리 음악의 행동력에 놀라더라. 저들로선 상상할 수 없는 다이내믹함에 대해 호기심을 보이고 뜨겁게 호응한다. 연주자들이 우리의 맛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역동성을 갖춘다면 세계 시장에서 가능성이 있다. 아직 하나의 곡으로 전 세계를 동요시킬 만한 음악이 없다는 게 한계다.”(원)
“해외에서 많이 활동하는 사람이 정작 한국에서 안 뜨니 문제다. 여기서 성장해야 한다. 그 토양이 여우락이 됐으면 좋겠다. 국가 지원 받아서 외국에 나가긴 쉽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되면 안 된다. 국내에 토대를 잘 만들어야 하고, 그러려면 대중의 의식을 변화시킬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양)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는 어떤가.
“지금 중국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그들은 반드시 중국적인 코드를 요구한다. 그게 없으면 다시 만들어야 한다. 게임 배경음악처럼 전통음악이 전혀 아닌데도 중국의 작품이란 걸 잘 어필해야 한다. 서양 악기로 하더라도 반드시 그들의 정서를 담은 음악으로 승부한다. 중국인들에게 분명한 그런 의식이 우리에게는 부족하다.”(양)
“고유의 정서를 표현해야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어설프게 서양 취향을 좇아가면 귀신같이 안다. 이번에 영국에서도 정전 60주년 씻김굿 공연을 본 관객들이 눈물까지 흘리더라. 가장 한국적인 것이 사람 마음을 움직인다.”(원)

-국악이 외국에선 새롭다고 인정받지만 국내에선 낡은 것으로 오인받는 만큼 현대화에 대한 고민도 깊을 것 같다.
“레퍼토리의 문제다. 국악관현악만 해도 50년 역사 중에 내놓을 만한 곡이 얼마나 되나. 과감하게 공동 프로덕션을 구축해서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 중국의 탄둔이나 영국의 칼 젠킨스 같이 우리 음악과도 통할 수 있으면서 고급스러운 대중성을 가진 외국 작곡가에게 위촉하고 싶다. 하지만 4, 5년 계획으로 추진해야 하는 프로젝트라 현실적인 벽에 가로막힌 상황이다.”(원)
“대히트곡이 나와야 하는 게 맞다. 예컨대 국악으로 대히트한 영화 음악이 나온다면 그게 스탠더드가 되고, 이게 우리 것이라고 다들 자부할 거다. 나도 올해 창극 ‘서편제’를 통해 국악기와 가까워지면서 우리 음악에 대한 인식이 새삼 달라졌는데, 오케스트라 피트 안에서 우리끼리만 좋아하는 것 같았다. 일반인들도 그걸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고, 영화감독이나 콘텐트 창작자들도 그런 의식을 가져줬으면 좋겠다.”(양)
“최근 판소리 영화의 음악을 맡았는데 제대로 한번 만들어 보려 한다. 형님도 꼭 한 곡 써달라.(웃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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