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 예산 10월이면 바닥
긴축 모드에 가외 돈줄도 끊어져
비자금 넘친 5·6공 때와 천양지차

실제로 박근혜정부 들어 청와대 살림이 ‘긴축 모드’로 운영되면서 비서실 직원들의 업무 활동에 쓰는 ‘특수활동비’가 삭감됐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청와대의 2013년도 특수활동비(경호실 포함)는 256억9600만원으로 전년도보다 6억원 줄었다. 표면적으론 6억원 줄어드는 정도에 그쳤지만 예산안이 통과된 이후에 국가안보실 등 신설 조직이 생겨 자금을 배분하다보니 직원들이 체감하는 자금 사정은 겉으로 드러난 수치보다 훨씬 안 좋다고 한다. 특히 박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의 예산절약 솔선수범을 강조하면서 직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정치권 출신의 일부 행정관들은 친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SOS를 치기도 한다.
청와대가 대기업들로부터 공공연히 정치 헌금을 거둬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굴렸던 5·6공 시절과는 완전히 달라진 풍경이다. 김영삼·김대중 정권 때만 해도 선거 때 대기업의 음성적 자금지원이 있었고, 국정원 등 각 정부 부처에 산재한 특수활동비를 청와대가 마음대로 가져다 써 돈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정치자금 문화가 개선되고 특수활동비에 대한 국회와 여론의 감시가 계속 강화되면서 지금은 청와대조차 예산 부족에 쩔쩔 매는 상황이 됐다.
여권 일각에선 청와대의 업무추진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보나 여론수집을 위해 청와대가 여당은 물론 야당 쪽 인사들도 만나야 하는데 실탄이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무추진비 현실화는 희망 사항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 본인이 청와대가 예산 절감에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인식이 매우 강한 데다, 청와대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는 것을 야당이 달갑잖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소아·허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