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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이론가, 한국에 누가 있나

중앙일보 2013.07.06 00:36 종합 14면 지면보기
자유주의 담론의 흐름을 추적할 때 이근식(66)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와 박세일(65)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을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은 1989년 출범해 90년 초반을 대표하는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약칭 경실련) 창립의 핵심 멤버라는 공통점이 있다. 94년 등장한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민중주의 요소를 강화하며 시민운동의 중심 자리를 차지해 가면서 경실련이란 이름은 다소 잊히기도 했다. 하지만 경실련 출신의 주요 이론가들이 90년대 후반부터 제기해온 자유주의 이념은 시간의 흐름에도 퇴색하지 않고 있다.


이근식 교수는 '상생적 자유주의'
박세일은 '공동체 자유주의' 주창
경실련 창립 멤버로 시민운동 주도

 이근식 교수는 경실련 초대 정책위원장과 공동대표를 거치며 ‘자유주의 전도사’ 역할을 해왔다. 99년 『자유주의 사회경제사상』을, 2005년 『자유와 상생』, 2006년 『존 스튜어트 밀의 진보적 자유주의』 등을 펴내며 서양 자유주의 사상을 중도적 관점에서 전파하고 있다. 이근식 교수는 자신의 이론을 ‘상생적 자유주의’로 부른다. 좌파와 우파의 장점을 결합해 중도적 상생을 모색해온 그의 작업은 우리 사회에서 선구적 시도였고 일종의 ‘진보적 자유주의’로도 분류할 수도 있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한반도선진화재단 박세일 이사장은 ‘공동체 자유주의’ 이론 주창자다. 경실련 정책위의장과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을 거쳤다. 2006년 『대한민국의 선진화 전략』을 펴내며 이명박정부가 등장하는 데 새로운 우파의 이념적 뒷받침을 했던 그가 2008년 내놓은 책이 『공동체 자유주의』다. 개인의 존엄과 창의를 기본으로 하되 평등과 공동체적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고 했다.



 우파의 관심권에선 비교적 떨어져 있던 공동체적 가치와 남북한 통일의 대안까지 모색할 것을 요청한 박세일 이사장의 ‘공동체 자유주의’는 그의 정치 활동과 맞물려 적지 않은 주목을 받았다.



 이런 흐름의 연장선 위에 최장집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의 ‘진보적 자유주의’가 놓여 있다. 최장집 이사장 자신이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진보적 관점에서 조명한 대표적 이론가로 활동해온 데다가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행보와 맞물려 자유주의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지고 있다.



 중도 우파적 자유주의를 주창한 박세일과 중도 좌파적 자유주의를 제기한 최장집. 두 사람은 자유주의라는 공통분모 아래 만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에 대해 최장집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만나야죠. 친구이기도 하고 안 만날 일은 없으니까. 내가 요즘 새로운 일(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이사장)을 하다 보니 생활 리듬이 바빠졌는데 좀 자리가 잡히면 만나려 합니다.”



 이들보다 훨씬 앞서 서양의 자유주의가 한국에 도입된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면 19세기 후반 개화파 지식인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서양 근대문명을 대표하는 이념으로 자유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조선의 근대화와 부국강병을 서둘러 이뤄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또 자유주의는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 이념의 한 축이었으며, 무엇보다 해방 이후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들이 내세운 기본 이념이 자유민주주의였고, 나아가 반독재 민주화운동에도 자유주의 이념이 주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아직 이 같은 한국 자유주의의 역사에 대한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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