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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양쪽에서 욕먹기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진짜 타협도 가능하다

중앙일보 2013.07.06 00:27 종합 31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지난 4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사후, 세상은 둘로 나뉘어 그의 죽음을 바라봤다. 영국 경제를 회생시킨 철의 여인이라는 추앙과 승자독식 구조를 고착시킨 주범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왔다. 대처는 BBC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리버럴한 성향의 BBC 보도본부는 보수당의 정책에 비협조적이었다. 대처 역시 한때 수신료를 광고로 대체하는 방안까지 강구했다.



 흥미로운 것은 대처 사후 BBC의 보도 태도다. 가디언에 따르면 대처 사후 방송보도가 ‘친대처’라며 BBC에 접수된 시청자 불만은 268건, ‘반대처’라는 불만은 227건이었다. 양 진영 모두로부터 비슷한 수준으로 상대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를 “BBC 불편부당성의 좋은 사례”로 꼽았다. “친대처, 반대처 양쪽으로부터 모두 편향적이라 비판받는 BBC 뉴스야말로 진정 불편부당하고 균형적이며 두려움 없이 제 할 일을 하는 공영방송 뉴스의 모범”이라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 핫 뉴스의 하나는 군가산점제 부활 논란이다. 여성, 장애인 등에 대한 평등권에 위배돼 위헌 판정을 받고 폐지된 것을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이다. 이번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 처리가 보류됐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양현아 교수는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미 위헌 결정이 난 제도의 재도입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위헌 결정 당시의 핵심은 제대 군인에 대한 적극적 조치에 헌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상 국방의 의무를 이행했을 뿐인 제대 군인에게 헌법의 근거 없이 혜택을 주는 제도는 위헌이라는 것이다.



 양 교수는 또 “논란의 핵심은 징집의 보편성, 투명성”이라며 “특권층의 병역 면제가 불식돼야 하고, 국방의무가 국민 모두의 것이라면 여성을 포섭하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송 출연 후 양 교수에게는 ‘왜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얘기를 했느냐’는 말이 들려왔다. 군가산점 부활하지 말자니 남자도 싫어하고, 여자도 징병하자니 여자들도 싫어할 얘기라는 것이다. 양 교수의 대답이 명답이다. “왜 모두가 싫어하는 얘기지? 여성도 징병 대상이 돼야 한다고 하니 남성 입장에서는 차별당하지 않는 것이라 좋은 것이고, 군가산점제 하지 말자고 하니 여성 입장에서도 차별당하지 않아 좋은 것 아닌가?”



 상황은 다르지만 둘의 공통점은 양쪽에서 모두 욕먹기다. 사실 자기 편끼리의 손쉬운 환호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별로 없다. 서로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시대, 내 편을 거스르고 양쪽에서 욕먹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질 때 진짜 타협도 가능한 것 아닐까. 정론이라는 것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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