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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당신이 쓰는 어휘 평균 몇 개나 될까

중앙일보 2013.07.06 00:19 종합 22면 지면보기
언어의 작은 역사

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서순승 옮김, 휴머니스트

415쪽, 2만원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찍힐 수 있다. “저는··· 저를··· 제가···”에 이어 무심코 ‘저희 나라’라고 했다가 면접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 ‘무식’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성공과 상관관계가 꽤 높은 ‘유식’은 결국 언어를 잘 다룬다는 뜻이다.



 이 책(원제 A Little Book of Language)은 이곳 저곳에서 써먹을 만한 언어 지식을 알기 쉽게 펼쳐놓는다. 저자는 영국 뱅거대 언어학과 데이비드 크리스털 명예교수다. 언어에 대한 책을 100여 권이나 낸 믿을 만한 저자다. 케임브리지대 출판부에서 『케임브리지 언어백과서전』(2010)과 『케임브리지 영어백과사전)』(2003)를 출간했다. 언어학 분야에서 이룩한 공로를 인정 받아 1995년 대영제국 훈장(OBE)을 받았다.



 우리말 부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간이 쓰는 언어의 모든 것’은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언어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문서로 안성맞춤이다. 젖먹이들의 옹알이에서 응용언어학까지, 언어학의 핵심을 39개 장에 걸쳐 조곤조곤 전달한다.



 말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해소된다. 아기는 모국어의 어떤 부분을 가장 먼저 배울까. 리듬과 억양이다. 두 개 이상의 언어를 배우는 전 세계 아기들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4분의 3이나 된다. 그렇다면 어른들의 평균 어휘 구사력은? 4만 단어 남짓이다.



 우리에겐 ‘골뱅이’인 @를 다른 나라에서는 원숭이·강아지·새끼오리, 고양이의 ‘야옹’이라 읽는다는 것도 알게 된다. 언어의 역사가 적어도 10만 년은 됐다는 지식이 생기고, 100년 이내에 전 세계 언어 6000개 중 3000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암울한 소식도 접하게 된다.



 우리말에서도 가능할까 하는 사례도 나온다. 미국 작가 어니스트 라이트가 쓴 5만110단어 분량의 소설 『갯즈비(Gadsby)』에는 알파벳 ‘e’가 한 개도 없다고 한다. 기역이라든가 ‘ㅏ’나 ‘ㅑ’를 한 번도 안 쓴 우리말 소설도 가능할까.



 영어권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쓴 책이라 그쪽 언어 생활의 이모저모가 드러난다. 영어 실력을 중급에서 고급으로 올리려는 학습자들이 건질 만한 내용도 많다. 영어권 사람들이 즐기는 팰린드롬·애너그램·리포그램·유니보칼릭스 같은 언어 게임도 소개됐다.



  『곰브리치 세계사』(A Little History of the World)를 재미 있게 읽은 독자라면 이 책도 좋아할 가능성이 크다. 예일대출판부가 『곰브리치 세계사』의 구성과 닮은꼴로 이 책을 기획했기 때문이다.



김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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