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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논어』부터 『열하일기』까지 씹고 또 씹어본 고전의 맛

중앙일보 2013.07.06 00:10 종합 23면 지면보기
인문학 명강 동양고전

강신주 외 지음

21세기북스, 412쪽

1만8000원




쟁쟁(錚錚)하고 쟁쟁하다. 내로라하는 학자 13명이 동양고전을 빌려 들려주는 삶과 앎 얘기가 뛰어나고 맑다. 『논어』부터 『열하일기』까지 제목만 알던 책 껍데기가 술술 벗겨져나가며 알토란 같은 속살이 머릿속에서 톡톡 터지는 느낌이다.



  지난해 가을, 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와 연세대 학술정보원이 함께 진행한 ‘동양고전, 2012년을 말하다’의 녹취록이다. 대화체 강의가 친근하고, 강연자들의 자기고백이 쏠쏠하게 다가온다. 평생 공부 길에 스승이자 도반(道伴)으로 모신 이들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또 고전이라고, 인문학의 부활이라고?’ 손사래를 칠 분들도 있겠지만 염려를 붙들어 매도 되는 까닭이다.



 신정근(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교수는 동양고전을 커피에 빗대 설명한다. 『역경』은 운명을 예고하니 쓴맛이 강한 에스프레소, 상벌과 집행을 주제로 한 『서경』은 톡 쏘는 맛의 아이리시 커피, 교제와 욕망이 담긴 『시경』은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카페 라테, 사랑과 놀이를 말한 『논어』는 여러 가지 섞인 맛이 나는 카페 모카, 이상과 탈바꿈을 다룬 『대학』은 말랑말랑 단맛이 강한 캐러멜 마키아토 같다는 것이다. 입맛 따라 골라 읽으시라는 주문이다.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을 소개한 박석무 다산연구소장은 그의 이름만 알고 사상 공부는 뒷전인 세상을 한탄하며 “다산을 읽어보면 정말 안 미칠 수가 없다”고 일갈한다. 이렇게 좋은 걸 왜 모르고 사느냐는 쓴소리가 따끔하다.



  퇴계(退溪) 이황(1501~70)의 『성학십도』를 설명한 이광호(연세대 철학과) 교수는 성학(聖學)을 “인간의 향기를 꽃피우는 학문”이라 푼다. 심경호(고려대 한문학과) 교수는 매월당(梅月堂) 김시습(1435~93)을 일러 “이런 사람이 우리 역사에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저 역시 이런 사람이 없었다면 공부를 안 했을 것”이라 털어놓는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씨는 “21세기 지성에서 굉장히 중요한 코드가 글쓰기”리며 “문장을 어떻게 연마할 것인가 고민이라면 연암(燕巖) 박지원에서부터 시작하기 바란다”고 말한다.



 고전은 파고들어 씹고 또 씹을 때 그 진미를 맛볼 수 있는 인생의 고전(苦戰) 중 하나일 것이다. 한형조(한국학중앙연구원 고전한학·철학) 교수의 말을 들어본다. “모든 것이 ‘마케팅’을 지향하는 이 척박한 시대에 길을 나서볼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모두의 건투를 빕니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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