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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혁명 + 쿠데타 … 아랍의 봄 다시 표류

중앙일보 2013.07.05 01:00 종합 1면 지면보기
3일 밤(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있던 시위대가 무르시 대통령의 축출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국방장관은 “무르시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로이터=뉴시스]


3일 오후 9시(현지시간) 이집트에서는 2011년 2월 11일의 ‘데자뷰’가 연출됐다. 대통령의 직위 상실이 국영방송을 통해 공표됐다. 수백만 명이 참여해 나라를 뒤흔든 정권퇴진 시위의 성과였다. 시민들은 환호했고, 군부의 탱크는 민중의 수호자처럼 카이로 곳곳을 지켰다. 같아 보이는 두 장면의 역사적 의미는 엄연히 다르다. 2년5개월 전 물러난 대통령은 30년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였고, 3일 쫓겨난 대통령은 민주선거로 선출된 무함마드 무르시이기 때문이다.

[뉴스분석] 이집트 첫 민선대통령 축출



 이집트 최초의 민선 대통령인 무르시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다. 그런 그가 불과 취임 1년 만에 군부에 축출당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시민들의 지지가 있었다. 형식은 쿠데타이지만 내용은 민중혁명인 기묘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이를 연성 쿠데타(soft coup)라고 표현했다.



 사태를 촉발한 원인은 무르시 정권의 실정과 무능이다. 하지만 민주주의 원칙을 자기 필요와 이해관계에 따라 달리 해석하는 각 세력의 미성숙하고 모순된 태도 역시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월 혁명 후 이집트 정국을 주도해온 것은 3대 세력이다. 무르시가 속한 무슬림형제단으로 대표되는 이슬람원리주의 세력, 야권과 시민단체가 주를 이루는 세속·자유주의 세력, 60여 년 동안 이집트의 기득권층으로 군림해온 군부다.



 미 오클라호마대 새머 셰하타 교수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무슬림형제단은 민주선거를 통해 집권했지만 권력 나누기를 거부하고 신정(神政)을 세우려 했다. 자유주의 세력은 민주주의 원칙은 신봉하지만 합법 정권을 적법한 절차 없이 무너뜨려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군부가 가세했다. 자유주의 세력이 민중혁명 동지인 이슬람원리주의자들에게 등을 돌리고 오히려 반혁명세력인 군부를 끌어들이는 역설이 현실화한 것이다.



 이집트 사태가 아랍의 봄 이후 이슬람원리주의 세력으로 쏠리던 아랍권 질서의 재편을 예고한다는 분석도 있다. 아랍의 봄을 맞은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민중은 혁명을 주도한 이슬람 세력에 한 표를 던지는 것으로 보답했다. 하지만 혁명으로 사회·경제 기반이 무너져 기대했던 삶의 질 향상이 이뤄지지 않자 실망이 컸다. 정당 등 제도권 정치를 경험하지 못한 이슬람 세력이 원리주의를 강요하자 실망은 분노로 바뀌었다. 현재 튀니지·리비아 등에서 이슬람 집권 세력이 역풍을 맞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마디로 빵을 달라고 했는데 코란만 읽으라는 데 대한 반발인 것이다.



 이집트의 향후 정국은 안갯속이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군부 개입과 무르시 축출은 이집트의 모든 정치세력이 스스로 실패를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집트의 미래는 이슬람 세력과 군부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렸다. 군부는 자신들이 권력을 잡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사법부 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임명한 것도 그런 의지 표명이기도 하다. 군부가 이런 태도를 견지해 선거일정을 제시하고 이슬람 세력이 쇄신 뒤 민의에 부응하는 태도로 그 절차에 참여한다면 쿠데타나 민주주의의 후퇴가 아닌 성장통으로 기록될 수 있다. 미국·영국 등 국제사회가 무르시 복권보다 민선정부를 조속히 다시 세우라고 촉구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도 “이번 사태를 미성숙한 민주의식의 결과나 쿠데타로 단정 짓는 것은 철저한 서구식 관점이라는 비판도 있다”며 “이집트와 아랍권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민주주의를 공고화하는 하나의 과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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