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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분위기 의식해 말 아끼고 … 해당 중소·중견기업 "우리까지 왜"

중앙일보 2013.07.05 00:54 종합 6면 지면보기
“대기업한테 세금을 더 물리는 거라고 설명하더니 왜 우리 같은 작은 회사에 (증여세 납부) 공문이 날아오나?”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반응

 A중견기업 관계자는 4일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납부 대상’이라는 국세청 안내문을 받자마자 정부 정책을 성토했다. 이 회사의 대주주는 자신이 운영하는 완성품 업체와는 별도로 부품 공급업체를 만들었다가 3억원대 증여세를 물어야 할 처지다. A사 관계자는 “세후영업이익 12억여원 가운데 4분의 1가량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데 예상 밖의 부담이라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 절감과 신규 투자 차원에서 부품회사를 만들었고, 당연히 오너가 지분을 가진 것인데 이것을 일감 몰아주기라고 하면 누가 한국에서 회사를 키울 생각을 하겠느냐”고 덧붙였다.



 이달 말까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주주가 얻은 이익을 신고해야 한다는 통보에 중견·중소기업계가 당황해 하고 있다.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계열사를 만들었다가 ‘세금 날벼락’을 맞게 된 것. 부품회사를 계열 회사로 세웠던 B중견기업의 대주주 가족은 세후영업이익 229억여원 가운데 증여세 12억원을 내야 할 상황이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대책을 세우다가) 이러면 두 회사를 합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까지 나왔다”며 “합병을 하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기기 수입업을 하다가 국산 의료기를 생산하는 법인을 별도로 설립한 C업체 역시 난감한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껏 고생해서 국산화에 성공했는데 세금만 더 내게 됐다. 국민경제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사라졌다”고 허탈해 했다.



 하지만 많게는 수백억원대 증여세를 내야 할 처지인 대기업 측은 말을 아꼈다.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판단 기준이 엄격해지고 형사처벌까지 가능토록 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는 움직임에 대기업들이 잔뜩 몸을 움츠린 것. D대기업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회사 재무팀 등과 논의해 적법하게 증여세를 납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직 통보문을 받지 못했다는 E대기업은 “향후 대주주와 해당 법인에서 과세 대상이나 규모를 검토한 뒤 적법한 과세에 대해서는 성실하게 신고 납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재계는 시행 초기인 만큼 일단 정부 정책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홍성일 금융조세팀장은 “미실현 소득에 대해 과세, 개인·법인 소득세를 내고도 지분 보유만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이중 과세 등 과도한 부분이 있지만 향후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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