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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엥겔바르트 박사 별세

중앙일보 2013.07.05 00:55 종합 20면 지면보기
1997년 자신이 디자인한 컴퓨터 마우스를 든 더글러스 엥겔바르트 박사. [AP=뉴시스]
1968년 세계 최초로 컴퓨터 마우스를 선보인 더글러스 엥겔바르트 박사가 2일(현지시간) 사망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88세.


68년 컴퓨터 마우스 발명, 특허료는'0'
소나무 상자에 바퀴 달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 레이더병으로 근무했던 그는 일찌감치 컴퓨터의 위력을 알아차렸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인간이 창의적인 일을 하자면 정보를 수집·가공·분석하는 일은 컴퓨터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당시 컴퓨터는 구멍을 낸 수 만 장의 카드로 명령을 내려야 하는 집채만 한 ‘애물단지’였다. 사용자와 컴퓨터가 명령·답변을 주고받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196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컴퓨터 전문가 회의에서 엥겔바르트는 이 통념을 뒤엎었다. 그는 프로젝션 장치로 대형 스크린에 컴퓨터 화면을 띄워놓은 뒤 마우스와 키보드를 이용해 컴퓨터의 미래 기능을 선보였다. 컴퓨터 화면 위에 놓인 커서를 움직이는 장치를 연구하던 그는 소나무 상자에 바퀴를 달아 X와 Y축을 표시하는 최초의 마우스를 콘퍼런스에서 선보였다. 여러 개의 명령어를 한 화면에 띄워놓는 ‘윈도우’, 특정 단어를 선택하면 링크된 화면이 뜨게 만드는 하이퍼텍스트, 잘라내기와 붙이기 등 오늘날 컴퓨터의 기본 기능을 모두 소개했다.



 그러나 그의 프레젠테이션은 너무 시대를 앞선 탓에 20년 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 제록스 팔로 알토 연구소를 거쳐 1980년대 후반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넘어간 뒤에 상용화됐다. 이 때문에 혁명적인 발명을 하고도 특허료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는 “연구펀드 투자도 얻지 못하는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고 자책했다고 한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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