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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법원 잣대

중앙일보 2013.07.05 00:48 종합 12면 지면보기
원자력발전소의 설계도면 수십만 장을 빼돌린 전직 한국전력공사 연구원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원전 설계도면 68만 장 유출한 연구원 영장 기각
9000장 빼낸 직원은 구속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석우)는 2003년 퇴직하면서 원전 설계도면 68만 장을 빼돌린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박모(42)씨에 대해 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씨는 퇴직 당시 도면이 들어 있는 프로그램을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몰래 저장한 뒤 2008년 이 도면을 한국수력원자력 하도급업체 대표 나모(47)씨에게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확보한 도면을 이용해 원전 설계 용역을 수주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나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법 이동욱 영장전담 판사는 “빼돌린 설계도면의 영업비밀 여부를 다투고 있고 주거가 일정한 데다 피의자가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는 만큼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두 사람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설계도면 9000장을 빼돌린 전직 한국전력기술 직원 이모(51)씨에게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영장 기각에 대해 이동욱 판사는 “이씨는 2010년 퇴직해 해외 수출 부문과 관련한 비교적 최신 자료를 가지고 있었던 반면 박씨는 2003년 퇴직해 시간이 오래된 데다 국내 자료여서 영업비밀 여부에 관한 다툼이 있었기에 단순히 수치상으로 성립이 되는 도식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원전기술은 영업비밀은 물론 국가비밀에 해당한다”며 “한전 내부 직원과 공모한 정황도 포착된 만큼 관련 자료를 보완해 다음주 중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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