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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사위 월권은 곤란 … 입법도 법대로 해야

중앙일보 2013.07.05 00:02 종합 26면 지면보기
우리 국회는 상임위 중심주의를 택하고 있다. 입법 과정도 그렇다. 상임위-법제사법위-본회의란 3단계를 거치지만 법안을 정하는 직무는 상임위에 있다. 법사위는 일종의 윤문(潤文) 과정이랄 수 있는 체계·형식·자구(字句) 심사를 하도록 돼 있을 뿐이다. 국회법이 정한 바다.



 법사위는 그러나 최근 법안의 본질적인 내용까지 손을 대 월권(越權) 논란에 휩싸였다. 동료 의원이 법사위의 권한을 제한 또는 박탈하겠다고 벼를 정도다. 불행한 일이다.



 그제 본회의에서 통과된 ‘FIU법(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는 금융정보분석원장 소속으로 정보심의회를 두되 심의회에서 검사를 배제토록 했는데 법사위 과정에서 검사는 물론 판사도 참석할 수 있게 고쳐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 소속인 박영선 법사위원장과 강기정 정무위원이 본회의장에서 공개 논쟁을 벌였다. 5월에도 법사위에서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안의 처벌 규정이 완화돼 환경노동위원들이 “법사위가 임의로 법률안의 내용을 바꾸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들고 일어났었다.



 이런 일이 빈발한 건 법사위의 묘한 정치적 지위 때문이다. 2004년부터 법사위원장이 야당 몫이 되면서 야당이 반대하는 한 법안 처리가 어려워졌다. 그 때문에 여야 간 추가 합의를 하곤 했다. 법사위가 일종의 ‘게이트 키퍼’이자 ‘톨 게이트’가 된 거다. 지난해 국회선진화법이 발효된 뒤론 국회의장이 법사위를 우회, 본회의에 법안을 직권상정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혔고 이런 경향은 심화됐다. 당내 민주화로 당론이 아닌 법안도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에 쌓이는 일이 잦아졌다.



 법사위에서 본질적 내용까지 손대는 게 빈번해진 까닭이다. 여야 지도부 간 합의로든, 법사위원 간 합의로든 말이다. 다른 상임위로부터 ‘상원(上院)’ ‘수퍼 갑(甲)’이란 비판을 받는 이유기도 하다.



 이런 행태는 그러나 분명 잘못된 거다. 편의적 운영이기도 하다.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철저히 법을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본질적인 내용을 손봐야 한다면 전문성이 있는 해당 상임위에서 다시 심사토록 해야 한다. 그게 국회법 정신이며 기형적인 국회 운영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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