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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우리 사회 ‘마디바’를 바라며

중앙선데이 2013.06.29 22:50 329호 31면 지면보기
200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를 다녀온 적이 있다. 서울로 말하면 강남 격인 샌턴의 넬슨 만델라 스퀘어에 가봤다. 이 광장 한가운데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동상(사진)이 서 있다. 좀 색달랐다. 만델라는 한껏 웃는 얼굴에 왼발을 살짝 앞으로 내밀었고, 오른손을 가슴 쪽으로 바짝 치켜든 모습이었다. 어떤 동작을 따라 했을까 무척 궁금했었는데 곧 알게 됐다. 흑인 청년들이 만델라 동상 바로 앞에서 무반주로 노래를 부르면서다. 그들은 흥에 겨워 몸을 들썩거리는 춤을 췄다. 춤추는 지도자의 동상이 이곳 말고 또 어딨을까.

 요즘 남아공 전국에선 ‘마디바’의 쾌유를 비는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마디바는 현지어로 ‘어르신’을 뜻하며 만델라의 존칭으로 통한다. 그는 아흔다섯 번째 생일을 앞두고 폐 감염증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 현재 위독한 상태다. 그가 입원한 병원 밖에선 흑인과 백인이 함께 밤을 새우며 기도하고 있다. 23년 전인 1990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풍경이다. 당시 남아공 정부는 백인이 아닌 인종을 격리하고 차별하는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만델라는 백인에게 맞서 암살·테러 등 무장투쟁을 벌였던 인물이었다. 이 때문에 27년간 감옥에 갇혔다. ‘지옥도’로 악명이 높은 로번섬이었다. 이런 상황이었다 보니 2013년 남아공은 만델라가 이룬 기적인 셈이다.

 그는 대통령이 된 뒤에도 백인들에 대한 보복을 명령하지 않았다. 다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내기 위한 ‘진실과 화해를 위한 위원회’를 만들었을 뿐이다. 백인들을 용서했던 이유에 대해 만델라는 이렇게 썼다.

 “어느 누구도 태어나면서부터 피부색, 배경 또는 종교에 따라 다른 사람을 미워하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은 증오하도록 배운 것입니다. 만일 증오하도록 배웠다면 사람들은 사랑하도록 배울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인간의 성품에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입니다.”(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

 그의 바람대로 남아공은 흑인의 나라도, 백인의 나라도 아닌 모든 인종이 어울려 사는 ‘무지개의 나라’가 됐다. 그와 비슷한 길을 걸었던 옆 나라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는 전혀 딴판이다. 그 역시 백인정권에 무장투쟁으로 대항했고, 옥고를 치렀다. 집권 후 처음에는 유화정책을 펴다 장기집권을 하면서 백인들을 쫓아냈다. 그 과정에서 짐바브웨의 경제는 엉망이 돼 한때 물가상승률이 2억3000만%(2008년 기준)까지 오른 적이 있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놓고 정치권은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원수보다 더 치열하게 싸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대통합’을 내걸고 당선됐지만, 솔직히 통합은 머나먼 일이다. 여야가 손을 잡고 한국의 ‘마디바’를 위해 기도하는 걸 꿈꾼다면 과대망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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