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중 안보채널 가동과 ‘사람 투자’

중앙선데이 2013.06.29 22:58 329호 30면 지면보기
지난 27일 한·중 정상회담은 성공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양국 사이에 신(新)밀월시대가 오도록 노력해야 한다.

 성공이라고 꼽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양국 간 이해가 균형을 잡으며 추진될 수 있는 제도적 틀과 기반을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 외에도 이례적으로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내실화 이행 계획’이라는 부속 문서도 채택했다. 향후 20년을 내다보며 새로운 번영이라는 양국의 야심찬 꿈을 담은 청사진이다.

 그 청사진을 성공적으로 실행하려면 그에 걸맞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꼼꼼히 발전시켜야 한다. 외치 분야의 치적은 하루아침에 천재적 발상으로 이루어지는 기적이 아니라 고단한 종합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양국 관계 발전의 기본 원칙으로 상호 이해와 신뢰 제고를 강조했다. 국가 간 신뢰는 국제사회의 법과 규범, 국제 관행을 지키는 데서 출발한다. 그래서 주목되는 게 공공외교다. 이를 확대하는 과정은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입증하는 장(場)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틀을 발전시켜야 한다. 최근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해법을 달리하고 있는 게 명백하다. 한반도의 평화·안정은 물론 미국의 아시아 회귀에 대응하려면 북핵 폐기 노력을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는 쪽으로 인식 전환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려면 한국으로선 한·미·일 공조 외에 한·미·중 3각 대북 전략 협조 체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투 트랙(two tracks)으로 움직일 때 북한도 핵폐기 압력을 더 크게 느끼게 될 것이다. 또 북한과의 회담을 위해 한·미 양국이 말하는 ‘2·29 합의+α(알파)’ 요구와 중국의 ‘6자회담 조기 복귀’가 이행되는 여건을 만들도록 외교안보라인은 지략을 발휘해야 한다.

 청와대 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 간 대화 체제를 신설키로 한 부분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는 양날의 칼날과 같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안보 상황이 위기로 치닫거나 북핵 협상이 교착 상태일 때 이 채널은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예민한 현안이 발생할 경우 중국의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 중국과의 상시 대화 채널이 미국을 ‘너무’ 자극할 우려도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한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 미·중 간에는 서로 전략적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미국이 아시아 회귀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중국은 신형대국관계론에 입각해 이를 차단하는 걸 우선적 외교목표로 잡고 있지 않은가.

 정상회담에서 아쉬운 분야 중의 하나는 탈북민 처리 문제다. 최근의 새 추세는 가족 재결합을 목적으로 한 탈북민이 증가하고 국내 정착 탈북민들의 반북 활동도 늘어난다는 점이다. 전자는 인도주의 측면에서 중국에 부담이며, 후자는 중국의 대북 관리에 어려움을 더해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중국의 고충을 이해해 달라”고 할 정도 아닌가.

 탈북민 문제엔 이처럼 복잡성과 다양성이 더해져 지금 같은 ‘조용한 외교’는 효용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앞으론 시나리오를 마련해 사례별로 다양하게 탄력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탈북민 처리에도 글로벌 인권 기준을 흔들림 없이 적용하는 사례를 축적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일선 외교관들이 헌신과 충성심,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현장감 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회담에서 표명된 두 정상의 의지에 따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양국 교역규모는 2015년 30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상사 관련 분쟁이 늘어날 것이다. 중국의 사법체계와 법률 문화는 우리와 다른 면이 많음을 감안해 적극적으로 전문 법조 인력을 양성하고 활발한 인적 교류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제 양국이 내실 있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진입할 수 있는 외교적 기본 틀을 마련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 무려 21년이 걸렸다. 그러나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이를 다룰 정교한 테크노크라트가 없으면 소용없다. 더 늦기 전에 중국 전문 인력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 대중 외교의 성패는 결국 사람 투자에 달렸다.



전옥현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뒤 한양대 박사과정 수료. 국가정보원 비서실장·해외정보국장과 제1차장을 역임하고 주 홍콩 총영사를 지냈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