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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부 ‘관치 수금’ 논란

중앙선데이 2013.06.29 23:47 329호 1면 지면보기
정부가 새마을운동의 계승을 표방하는 사업과 관련해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재원 출연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혁신운동 3.0’ … 기업에 출연 요구해 2135억 거둬

29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일 전경련 등 경제 5단체장을 만나 ‘산업혁신운동 3.0’을 제안했다. 대기업과 1차 협력사가 중소기업의 혁신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산업부는 이를 “1970~80년대 공장 새마을 운동(1.0)의 자조정신을 계승하고, 대기업과 1차 협력사 중심의 성과공유제(2.0)를 발전시킨 2·3차 협력사 중심의 동반 혁신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40여 일 뒤인 18일 산업부는 “올해부터 2017년까지 5년간 11개 대기업이 2055억원, 16개 중견기업이 8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삼성 650억원, 현대차 500억원, 포스코 250억원, LG 150억원, 현대중공업 130억원, SK와 두산이 각각 100억원 등이다. 이 돈으로 중소기업 경영을 혁신할 외부 컨설턴트와 설비를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장관은 이를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민관 협력운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업들 사이에선 “사실상 정부가 민간 기업에 출연금을 요구한 ‘관치 수금’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산업부가 지난달 3일과 13일 기업들을 상대로 연 간담회에선 “기업마다 업종 특성이 다른데 너무 일방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산업부는 곧바로 재원 출연을 압박해 왔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A기업 관계자는 “산업부 모 과장이 전화를 걸어와 ‘얼마를 출연할 거냐’고 묻더라”며 “아직 모르겠다고 했더니 ‘어떤 곳에는 매년 100억씩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A기업도 몇십억쯤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A기업 쪽에선 다른 기업이 얼마나 내는지 수소문한 뒤 액수를 정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정부 때도 동반성장을 강조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돈을 내라고 하진 않았다. 윤 장관이 새마을운동의 새 버전이라고 강조하는데 관치가 심한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B기업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2차 협력사를 돕는 프로그램을 해왔는데 그것과 비슷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산업부 쪽에선 “그것까지 다 포함해서 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B기업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과 비교가 되는 만큼 이사회에서 ‘우리도 더 내야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고도 했다. C기업 관계자는 “집권 초기부터 정부와 관련된 내용을 말하기 부담스럽다”며 입을 닫았다.

이 운동의 중앙추진본부가 설치된 대한상의 측은 모금 과정에 대해 “우리는 모른다. 산업부에 물어 보라”며 언급을 회피했다. 산업부 기업협력과 관계자는 “출연금 액수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정해 알려온 것”이라며 “두 차례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거쳤다”고 해명했다.

일부 기업은 이 운동에 대해 “재원 사용 계획이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선 “지난해 대선 공약도 아니었는데 장관의 아이디어에 산업부가 과도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말한다.



[알려왔습니다]

산업부는 "정부가 산업혁신운동 3.0을 제안해 추진한 건 사실이나 11개 대기업 외에 원하지 않는 곳은 참여하지 않았고, 중견기업은 중견기업 대표 단체에서 '참여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겠다'고 해서 한 것이지 정부가 먼저 재원 출연을 요구한 건 아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또 금액을 정하는 과정과 관련, "일부 기업이 '얼마를 출연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가이드라인이 없느냐'고 해서 '어떤 그룹과 얼마 정도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자산이 어느 정도 되니 몇 분의 몇으로 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했을 뿐"이라며 "가이드라인을 요청하지 않은 곳도 '우리는 왜 힌트를 안 줬냐'고 할 것 같아 알려주긴 했다"고 밝혀왔습니다. 재원 사용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실제 운영 계획은 자율적으로 결정해보라는 취지"라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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