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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옷감 만드는 데 드는 물 1년에 7조 리터라는데 …

중앙일보 2013.06.29 00:54 종합 23면 지면보기
나는 왜 패스트 패션에 열광했는가

엘리자베스 L 클라인 지음

윤미나 옮김, 세종서적320쪽, 1만3000원




패스트 패션의 무기는 합리적 가격과 적절한 품질이다. 신상품을 빠르고, 또 대량으로 유통시키며 이익을 추구하는 패션 산업을 일컫는다. 지은이에 따르면 H&M·자라·포에버 21 등이 대표적 기업이다.



 예를 들면 패스트 패션 개념을 처음 도입한 것으로 꼽히는 스페인의 자라는 새로운 옷을 디자인하고, 생산하고 매장에 진열하는 데 2주면 가능하다. 포에버21은 6주, H&M은 8주면 전 세계 어느 매장이든 신상품을 들여 놓을 수 있다. 자라는 일주일에 두 번 새로운 상품을 론칭하며 영국 업체 톱숍(Topshop)의 경우 한 주에 400여 개의 새 품목을 소개하는 식이다. 가히 ‘진격의 신상’이랄 수 있는 공세다.



 그러나 정보화와 신경영 기법의 모범사례로 종종 소개되는 이들 산업의 폐해는 만만치 않다. 적어도 패스트 패션 상품을 “소가 풀을 뜯어먹듯” 구입하다가 ‘개심’한 여류 저널리스트인 지은이에 따르면 그렇다.



우선 꼽히는 것은 자원이 낭비다. 패스트 패션은 새 옷을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사들여야만 유지되는 구조다. 이를 위해 연중 신상품을 충격적인 헐값으로 제공해 더 많은 쇼핑을 부추긴다. 덕분에 자라의 고객들은 평균적으로 1년에 17번 옷을 산다고 한다. 할인 도매점 코스트코에서 싼값에 홀려 비합리적으로 과다 소비하는 행태인 ‘코스트코 효과’가 패션에서도 벌어지는 것이다.



 당연히 품질은 등한시된다. 패스트 패션 기업들이 공급일정을 맞추기 위해 테스트나 피팅을 생략하는 등 제품개발과 품질 관리를 생략하고 있단다. 중국과 방글라데시 등의 공장들을 취재한 지은이는 이 때문에 패스트 패션 기업의 주문을 환영한다고 전한다. 또 가격을 낮추기 위해 조잡한 원단을 쓰며 안감 등 ‘부속’을 덜어내기도 한다. 결국 품질은 “우리가 옷을 매장에 반품하지 않으면 충족되는 ‘고객만족’에 의해 정의된다”고 꼬집는다.



이 때문에 옷이 쉽게 버리고 쓰는 물건으로 취급되면서 1950년 세계 섬유사용량이 1950년 1000만 톤에서 오늘날 8200만 톤으로 급증했다. 매년 섬유생산에 들어가는 석탄은 약 1억 4500만 톤, 물은 1조 5000억 갤런에서 2조 갤런이라는 ‘낭비’가 발생한다고 한다.



책은 햄버거 등의 폐해를 지적하는 『패스트 푸드의 제국』(에코리브르) 등과 같은 맥락이다. 속도가 무기인 시대에 ‘느림’의 미학을 일깨우니 역설적이긴 하지만 무분별한 소비를 되짚어 보는 데 유용하다. 선진국 이야기라는 등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스스로 옷을 고치거나 만들어 입기 혹은 한 달에 여섯 벌 이하로 옷 입기 등 지은이가 제안하는 ‘슬로우 패션 운동’의 효과가 의문스럽긴 하지만 그렇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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