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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금융지주 임원 연봉 제한, 어떻게 봐야 하나

중앙일보 2013.06.29 00:27 종합 28면 지면보기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금융감독원이 다음 달부터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의 임원 연봉에 대해 전수조사를 한다. 고액 논란이 일자 연봉체계를 손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민간 금융사에도 연봉 인하 압력이 가해질 전망이다. 이를 두고 “경영 실적이 나빠졌는데도 급여를 올려주는 건 문제”란 의견과 “ 기업의 규모와 가치 상승의 변화상을 반영한 것”이란 반박이 맞선다. 두 갈래 목소리를 들어봤다.



경영 실적 안 좋은데 고액은 부당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은행권의 순익이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한 금융지주회사의 회장 연봉은 최고 3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15억원보다 두 배 정도 많이 받는 걸로 밝혀졌다. 일당으로 800만원꼴이라고 하니 평범한 서민에게는 꿈같은 얘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고액 연봉에도 해당 금융지주의 지난해 경영 실적은 전년도에 비해 크게 나빠졌다. 심지어 지난해 당기 순이익이 24% 줄었지만 급여는 40%가 올랐다. 성과도 없이 성과급을 받은 셈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나. 연봉체계부터 문제가 있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봉체계는 크게 ▶고정급여 ▶단기 성과급 ▶장기 성과급(stock grant)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이 중 스톡 그랜트 제도가 연봉 책정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스톡옵션과 달리 특별상여금 명목으로 무상으로 받는다. 장기 성과급이 연봉의 50%에 이르기도 한다. 경영 실적과 무관하게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제대로 공시도 하지 않는 구조이다 보니 연봉 인상 수단으로 활용돼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경영 실적이 나빠도 엄청난 연봉을 챙겨갈 수가 있었다. 사실 금융지주 회장은 막대한 연봉을 받고 있으면서도 경영에 대한 책임은 거의 지지 않는 자리다. 금융지주가 외형적으로는 선진적인 금융경영체제로 보이지만, 금융지주 산하의 자회사 대표가 경영상 모든 책임을 질 뿐 금융지주 회장에겐 법적 책임이 없다.



 이런 금융지주 회장의 자의적 급여 구조는 금융자회사 노조가 급여 인상을 요구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자회사 직원들 역시 실적이 좋건 나쁘건 급여·비급여 항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질 급여를 올려온 것이다. 실제 2010년 금융사에 성과와 연동해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규준을 제시했던 금융감독원이 최근 은행을 상대로 서면조사한 결과 이들이 성과급은 내버려두고 고정급여를 비정상적으로 인상하는 꼼수를 쓴 것으로 파악됐다. 급여가 경영 실적과의 연계성 없이 과도하게 인상되는 상황이 금융사 전체에 퍼져 있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위원회는 얼마 전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연봉제도 개선에 나섰다. 연봉을 구체적으로 얼마 이하로 할지 제한하지는 않았지만 공시 강화나 금감원의 지속적인 지도를 통해 자발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고위 관료 출신이 지주회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위의 지도가 잘 먹힐 것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정부 들어서도 벌써 대형 금융지주사 5곳 중 2곳의 회장이 금융 관료 출신으로 채워지지 않았나.



 금융지주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국민 소득이 두 배 정도 오르는 사이 금융지주 회장 연봉은 20~40배나 뛰었다. 성과가 미미했다면 회장 연봉도 그에 맞게 낮추는 게 당연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사회·업계가 납득할 만한 적절한 연봉 수준의 범위를 정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성과와 연계해 연봉을 책정하되 ▶연봉 총액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이를 의무적으로 공시, 필요하다면 외부 평가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 시장의 성장률이나 산업별 연봉 수준까지 감안해 연봉을 책정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그래야 주주들과 금융 소비자들이 납득하고 ‘하는 일 없이 연봉만 축낸다’는 소리를 다시 듣지 않을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기업 규모·가치에 연동 … 섣불리 손대선 곤란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회사와 은행 등 주요 금융회사의 연봉체계를 전수조사한다고 한다. 또한 필요하다면 증권사와 보험사 등 금융업계 전체로 조사 대상을 늘릴 계획이다. 높은 연봉과 성과급을 받지만 실적에 근거한 것인지 불투명하다는 것이 조사의 이유다. 조사를 통해 모범 규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질적으로 금융회사 임원의 고액 연봉체계를 수술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금융지주 회장이 30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은 서민 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실적도 좋지 않으면서 성과급을 비롯한 연봉이 크게 인상되었다면 사회적 비난을 면하기는 어렵다.



 이런 기류가 금융회사 임원들의 연봉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연봉은 이들의 경제적 가치에 의해 결정되고, 이는 시장에서 결정된다. 예를 들어 회사가 성과를 내는 데 있어서 CEO의 역할과 능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대된다면 CEO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과 동시에 시장에서 평가하는 이들의 경제적 가치도 상승한다. 따라서 다른 여러 요인들도 영향을 주지만 CEO나 임원들에 대해 시장이 평가하는 경제적 가치가 연봉 혹은 연봉체계를 결정한다.



 만약 금융권에서 CEO의 역할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면 아무리 탁월한 능력과 경험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많은 연봉을 지급할 이유는 없다. 금융권 CEO의 연봉이 높아졌다면 시장에서 역량 있는 CEO에 대해 높은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가장 대표적인 게 회사에 대한 정보력 등에 있어서 주주보다 우위에 있는 전문경영인들의 개인적인 이익 추구, 즉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로 인해 CEO의 연봉 급등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이런 설명이 옳다면 CEO의 고액 연봉에 따른 피해자는 주주들이다. 금감원이 금융회사 임원의 고액 연봉체계에 손을 대겠다는 것도 이런 시각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주와 경영진 간의 대리인 문제로 고액 연봉이 나타난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금감원을 비롯한 기업 외부의 개입을 정당화해 주는 것은 아니다. 외부의 제3자가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며 주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영진에 대한 효율적인 유인체계가 공공기관의 규제를 통해 확립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이 발달한 선진경제에서 CEO의 연봉이 높아지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기업의 규모와 가치가 커짐에 따라 CEO의 역할이 커지고 복잡해지는 데에 있다. 뉴욕대의 가바이 교수와 랜디어 교수는 경쟁적인 재능시장에서 결정되는 CEO 연봉이 기업의 규모와 가치에 연동됨을 보였다. 이런 관계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도 변하지 않았다.



 우리의 경우도 외환위기 이후 인수합병 등을 통한 금융지주 의 출현은 금융기관의 규모 확대와 더불어 CEO와 임원들의 역할 및 능력의 중요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들의 고액 연봉은 이런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정부나 공공기관이 민간 금융사의 연봉체계에 섣불리 손 대는 건 기업가치의 제고를 제약할 수 있어 민간 금융산업의 발전에 부정적일 수 있다. 만약 민간 금융사의 CEO와 임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라면 이는 관치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연봉체계에 손을 댈 것이 아니라 금융에서의 관치를 해소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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