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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의 소프트파워] 오늘 무엇을 찾을 것인가?

중앙일보 2013.06.29 00:19 종합 30면 지면보기
정진홍
논설위원·GIST다산특훈교수
# 그제 ‘방외지사(方外之士)’인 외우(畏友) 조용헌이 전주한옥마을에 집을 새로 지었다 해서 찾아가 봤다. 강호를 유람하는 것에 깊이 습(習)이 든 사람이라 그가 집을 지었다니 내심 이젠 자리 틀고 앉으려나 보다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솔직히 머잖아 그 집도 결국은 매미가 허물 벗어놓은 것처럼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집 지었다고 한 군데 가만 앉아 있을 사람이 아니기에 그렇다. 새로 지어 아직 조경공사가 덜 끝난 한옥을 둘러보고 나와서 그와 함께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떡갈비와 비빔밥, 그리고 동치미 국수를 시켜 허기를 면했다. 그러곤 한옥으로 돌아가 그가 내놓는 차(茶)를 할까 하다가 잔디를 심는 등 조경공사로 어수선할 것 같아 근처 커피숍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곳에서 차 대신 에티오피아산 드립 커피 한 잔을 아주 진하게 마시며 물끄러미 창 밖을 내다보노라니 맞은편 담장에 걸린 노란색 걸개가 눈에 들어왔다. 거기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찾을 것인가?”



 # 담장에 걸린 그 노란색 걸개 속의 문장이 커피 마시는 내내 뇌리에 맴돌았다. 한참을 말없이 커피만 마시다가 결국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나는 오늘 무엇을 찾을 것인가?”하고! 바로 그때 부지불식간에 떠오른 단어가 하나 있었다. 다름 아닌 ‘초심(初心)’ 곧 처음마음이었다. 계사년 올해도 절반이 지나간다. 시간이 참 빠르다. 아니 갈수록 빠른 것 같다. 새해라고 부산을 떨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의 절반지점에 와 있지 않은가. 한 해가 꺾이는 이 시점에서 문득 “당신은 오늘 무엇을 찾을 것인가?” 하는 물음과 맞닿다 보니 순간 생각이 텅 비워지는 것 같았다. 흔히 뼛속이 비어가는 것을 ‘골(骨)다공증’이라고 한다면 생각이 비어가는 것을 ‘사(思)다공증’이라 할 만할 텐데 꼭 그런 느낌이었다. 살면서 아무 생각 없는 때가 간혹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생각 좀 하면서 살아가야 할 때가 당연히 더 많지 않겠나.



 # 일년의 절반을 지나는 지금에 와서 올해 초 가졌던 마음의 초심, 그 본디마음이 무엇이었나 생각해 보니 가물가물하다. 정말이지 사다공증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 올해 초 가졌던 처음마음은 어디로 갔는가? 실종신고라도 내서 찾아와야 할 것 아닌가. 처음마음, 본디마음, 그것을 오늘 찾아라! 애초에 초심이나 다짐 같은 것은 갖고 있지도 않았다면 아니 기억도 나질 않는다면 스스로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해야 할지 모른다. “왜 이러고 사니? 정신차려”라고! 그렇다. 정녕 오늘 내가 찾아야 할 것은 어디론가 가출해 버린 내 혼, 내 정신, 본디마음 아니겠는가?



 # 무언가를 찾는다는 것은 한편에서는 허전해서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절박해서다. 그런데 단지 허전해서 뭔가를 찾으면 으레 엉뚱한 일을 저지르기 십상이다. 허전할 때는 이리저리 뭔가를 찾아서 헤맬 것이 아니라 자중자애(自重自愛)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 그렇게 말처럼 쉽겠나. 그러니 옆구리가 허전해서 헤매다가 경을 치고, 마음이 허전해서 헤매다가 사람도 잃고 돈도 잃는 것이다. 반면에 아주 절박해서 뭔가를 찾겠다고 몸부림치면 막힌 삶의 돌파구가 열리고 살아갈 길이 트이기 마련이다. 사실이지 절박함보다 더 큰 창조의 힘은 없다. 모든 창조는 절실함과 절박함의 산물이고 진짜 미래는 벼랑끝에 서야 열리는 법! 그렇기에 절박함에는 놀라운 돌파의 에너지가 있다. 결국 오늘을 버티고 내일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정녕 절박하고 절실하게 “무엇을 찾을 것인가?” 하는 물음 앞에 정직하게 서야만 한다. 그래야 창조도 있고 미래도 있다.



 # 정작 살면서 우리가 찾는 것은 무엇인가? 돈을 찾는가? 자리를 찾는가? 권력을 찾는가? 이름을 찾는가? 명예를 찾는가? 하지만 정작 그런 것은 찾으면 찾을수록 허접해진다. 그리고 결국엔 사라진다. 정녕 스스로 오늘 찾아야 할 것은 순수한 마음의 근육, 처음 가졌던 본디마음 아니겠는가.



정진홍 논설위원·GIST다산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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