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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왜 여성 팬들은 자주, 쉽게 무시당하는가?

중앙일보 2013.06.29 00:18 종합 31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최근 나온 영국의 꽃미남 가수 톰 오델의 신보 ‘롱 웨이 다운’. 영국의 유명 음악 주간지 ‘뉴뮤지컬익스프레스(NME)’는 10점 만점에 0점을 줬다. 독창성 부족이라며 악평을 퍼부었다. ‘창녀’ 같은 모욕적 언사까지 동원했다.



 반전은 시장에서 일어났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오피셜 차트 컴퍼니’ 집계에서 음반 판매 1위에 오른 것이다. 톱스타 카니에 웨스트를 제쳤다. 오델을 발굴한 릴리 앨런이 트위터에 “음반을 사서 오델에게 용기를 주자”고 올린 덕분인지는 알 길 없다.



 평단과 대중의 선택이 엇갈리는 경우는 적지 않다. 2007년 영화 ‘디 워’. 낮은 완성도와 애국주의 코드를 비판한 평론가 진중권씨는 일부 네티즌과 일대 설전을 벌였다. 최근에는 6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도마에 올랐다. 평단은 냉소를 넘어 우려감을 표하고 나섰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문제는 차마 얘기되지 않은 깊은 속내다. 이 영화의 흥행을 바라보는 ‘우려’ 뒤에는 ‘오직 김수현 얼굴을 보느라 영화적 완성도에는 관심조차 없는 여성 관객에 대한 질타’가 숨어있다.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은 과거 한 힙합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길어야 2년밖에 음악을 듣지 않을 여성 팬들을 잡기 위해 힙합이 변질되고 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힙합 팬으로 알려진 그다.



 서울대 기초교육원 김수아 강의교수는 자신의 SNS에 ‘여성 팬들은 왜 그리 자주, 그리고 쉽게 무시당하는가’라는 글을 올렸다. “특히 남성적인 장르에 진입한 여성 팬들에게는 비난이 쏟아진다. 야구를 보는 여자는 얼빠(얼굴만 좋아하는 팬)임이 분명하고 룰에는 관심 없으며, 힙합을 좋아하는 어린 여자들은 그저 래퍼 얼굴에 빠졌으리라는 확신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흥행에서 보듯 20·30대 여성은 지금 대중문화 소비층의 거의 전부인데도, 그것에 대해 남자들이 뭐라 말하는 구도가 형성돼 있다.”



 말하자면 여성은 대중문화의 주된 소비층으로 ‘1000만 영화시대’ ‘힙합 대중화’ ‘한국야구 중흥’ 등을 주도했으나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요즘에는 40·50대 여성들도 주축으로 가세했다.



 김 교수는 “해밍턴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여성들의 대중문화 소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아마도 이 여성들의 ‘열광’을 규명하는 일이야말로 비평의 주된 업무일 것이다.



 참고로 ‘한류오바상’(한류에 빠진 일본 중년여성을 낮춰 부르는 말)을 처음 양산한 ‘겨울연가’ 돌풍 당시 일본의 여성학자 우에노 치즈코는 “‘겨울연가’의 인기는 일본 사회, 정확히는 일본 남성의 문제”라고 진단한 바 있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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