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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르치는 게 가장 잘 배우는 방법

중앙일보 2013.06.28 00:45 종합 30면 지면보기
그로스
“수학을 사용하지 않고 물리학을 설명하려면 개념을 더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중강연은 과학자들에게 필요하고 내게도 유용합니다. 잘 가르치는 것이 잘 배우는 방법입니다.”


노벨물리학상 그로스 교수 내일 고등과학원서 강연

 노벨상을 받은 노(老) 석학은 손자뻘 어린 학생들 앞에서 강연을 하는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29일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원에서 ‘입자물리의 첨단’이란 주제로 대중강연을 하는 데이비드 그로스(72) 미국 UC샌타바버라대 KITP연구원 석좌교수 얘기다.



 그는 원자핵을 이루는 요소인 쿼크들 사이에 존재하는 색력(colour force)의 작용을 규명해 200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만물을 이루는 입자가 점(point)이 아니라 진동하는 끈(string)이라고 보는 끈이론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복잡한 수학적 계산을 바탕으로 해 현대물리학에서도 난해하기로 유명한 이론이다. 일반인 800여 명이 그런 그의 강의를 듣겠다고 신청했다. 그 중 상당수가 고등학생들이다. 동시통역이 있다곤 하지만 과연 강의가 제대로 진행될까.



 그로스 교수는 강연에 앞서 27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쉽지는 않지만 잘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 근거로 후배 과학자들이 들으면 뜨끔할 만한 닐스 보어(1922년 노벨상 수상자)의 말을 인용했다. “우리(과학자)가 발견한 어떤 것도 일반인에게 설명할 수 없다면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그는 ‘노벨상 조급증’에 걸린 한국에 대한 조언과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노벨상은 중요한 과학적 발견을 재는 척도 중 한 가지일 뿐 유일한 척도가 아니다”라면서도 “한국은 최근 과학 분야에서 대단히 빨리 발전하고 있으니 머지 않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 과학도들이 독립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재원과 시간을 충분히 주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9일 강연회에는 그로스 교수 외에 안드레이 린데(65) 스탠퍼드대 석좌교수와 에드워드 위튼(62)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석좌교수도 강단에 선다. 린데 교수는 지난해 유리밀너 기초물리학상, 위튼 교수는 1990년 물리학자로는 처음으로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석학이다. 두 사람은 각각 다중우주와 끈이론을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린데 교수는 “우주는 계속 변하고 있고 스스로를 재창조하고 있다”며 “어린 학생들이 강연에서 우주가 어떻게 생겼는가에 대한 새로운 그림을 얻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고등과학원·서강대 등이 공동으로 개최한 ‘끈 2013’ 국제학회 참석차 방한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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