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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금 낭비 스톱!] 1784억 들인 철도, 9년 동안 운임 수입은 고작 16억

중앙일보 2013.06.28 00:22 종합 12면 지면보기
서남권 신산업지대 철도의 종착역인 대불역의 선로가 녹슬어 있다. 이 철도는 대불산업 단지 원자재 수송을 위해 건설됐지만 화물열차가 거의 안 다니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지난 21일 오후 전남 영암군 삼호읍 대불국가산업단지 내 대불역. 지상 3층, 연면적 1281㎡의 역 건물은 텅 비어 있었다.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고 역무원도 보이지 않았다. 역 구내 6개의 선로에는 열차가 한 량도 없었다. 빨갛게 녹슨 5개의 철로는 오랫동안 열차가 다니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표였다. 1개 선로만 열차 바퀴 자국이 조금 나 있었다. 드넓은 하치장도 화물은 눈에 띄지 않았다. 한 화물차 운전기사는 “하루에 한두 차례 화물열차가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안 일로역~영암 대불역 서남권신산업 철도 12.4㎞
물동량 예측치의 0.3%
하루 한두 차례 운행 그쳐
역사 텅 비고 레일 녹슬어

 대불역은 무안군 일로역(호남선)에서 분기한 서남권 신산업지대 철도의 종착역이다. 신산업지대 철도는 1996년 전남도가 기본계획을 수립해 당시 철도청(코레일)에 공사를 맡겼다. 철도청은 이듬해 공사를 시작, 2004년 3월 개통했다. 일로역~대불역 12.4㎞ 구간 단선철도이다. 철도 건설에는 국비와 지방비 등 총 1784억원이 쓰였다.



 하지만 대불산업단지(1152만㎡) 입주 기업 329개 중 요즘 이 철도를 이용하는 업체는 강관을 제조하는 휴스틸 한 곳뿐이다.



2011년 9월부터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대불산업단지 부근 현대삼호중공업까지 운송하는 후판(두꺼운 철판) 화물도 취급했으나 지난해 7월 끊겼다. 코레일 호남권물류사업단의 김종민 팀장은 “물동량이 올 초부터 현재까지 5만여t으로 턱없이 적다”고 말했다.



 개통 후 지금까지 9년3개월 동안 운송량은 총 19만4055t에 불과하다. 대불역 도착 물량 16만5601t, 발송량 2만8454t이며 전체 운임 수입은 16억350만원이다. 그나마 지난해와 올해 수송 실적이 37%(7만1678t)를 차지한다. 이전에는 연간 5000t 이하였다. 취급 물품은 대부분 신안군의 여러 섬에 공급할 비료였다.



 2009년 이전까지 1년 365일 가운데 300일 이상은 이 구간에 화차가 다니지 않았다. 그러자 코레일은 2009년 3명이던 대불역 직원을 1명으로 줄인 데 이어 이듬해 9월에는 완전 철수시켰다. 화차 운행 횟수가 뜸한 철도는 새로 개발한 차량이나 시스템의 시운전 때 이용하고 있다.



 이는 일로역~대불역 구간을 포함, 신항만 배후 철도의 수요 예측이 빗나간 데 따른 현상이다. 1996년 건설교통부가 만든 전국무역항기본계획에 따르면 2009년 목포 신항만 철도 물동량 예측치는 134만5000~425만9000t. 하지만 이해 실제 물동량은 3849t으로 예측치의 0.3%도 안 됐다.



 서남권 신산업지대 철도는 대불산업단지의 물류구조 개선과 목포 신항만 활성화를 내세워 건설됐다. 산업단지는 89년부터 5502억원을 들여 바다와 갯벌을 매립해 96년 완공했으나 철도는 이듬해인 97년 9월에야 공사를 시작했다. 게다가 사업비를 제때 확보하지 못해 7년 뒤인 2004년 개통했다. 철도를 늦게 건설하는 바람에 대불산업단지는 당초 유치하려던 기계·제강·화학 업체 등으로부터 외면받았다.



 대신 해상을 통해 원자재와 제품을 수송하는 조선 관련 업체들이 대거 입주했다. 현재 입주 기업 329개 중 242개(73.6%)가 조선 기자재 생산 업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대불지사의 백대훈씨는 “조선 관련 업체들은 원청 업체인 조선소 대부분이 해안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철판 등 원자재를 공급받을 때 선박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철도 건설의 지연으로 산업단지 입주 업종이 바뀌고 철도 화물이 나오지 않게 돼 엄청난 규모의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가 빚어졌다”고 말했다.



 철도를 대불역에서 목포 신항만까지 연장하는 2단계 사업이 사실상 무산된 것도 일로역~대불역 1단계 구간의 효용성을 떨어뜨렸다. 전남도는 2단계 사업을 2006년까지 완공할 계획이었으나 1단계 구간의 물동량이 적어 사업을 보류했다. 전남도 해양항만과 장성기 주무관은 “2단계 구간을 건설해 일로역~대불역~신항만을 이으면 물동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건의했으나 국토교통부는 경제성이 없다며 외면했다”고 말했다. 2단계 구간(8.64㎞) 건설에는 1230억원이 필요하다. 목포 신항만은 5개 선석을 갖췄으며 지난해 물동량은 351만4000t이었다.



영암=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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