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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잘나가는 러 경제특구 '알라부가'의 비결은…

중앙일보 2013.06.28 00:10 1면
타타르스탄공화국에 있는 알라부가 특구의 본부 건물
모스크바 동쪽 1000㎞쯤 타타르스탄공화국 옐라부가시에서도 10㎞ 떨어진 평원의 잘 닦인 도로를 따라가면 현대식 공장들의 모습이 보인다. 부지를 닦는 현장도 있고 공장도 건설 중이다. 알라부가, 러시아에서 ‘가장 잘나가는 특구’의 명성을 누리는 곳이다.


러시아는 지금 혁신경제 모드

축구장 3333개가 들어설 수 있는 2000㏊ 부지에는 화물을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25㏊ 넓이의 자동물류시설, 3만980㎡ 넓이의 컨테이너 야적장, 철도 터미널 등이 들어섰다. 생산 기술·장비 도입 시 세금이 면제되고 관세 절차가 ‘러시아답지 않게’ 컴퓨터화돼 있어 신속·정확하게 이뤄진다. 회사가 들어오면 전기·난방·가스 등 필요시설이 갖춰진 ‘다용도’ 부지가 즉각 제공된다.



현재 이곳의 일자리는 2527개이며 그 외에 1000명이 부지 내 건설 작업에 투입됐다. 특구는 2020년까지 근로자 2만 명을 채용하며 공장도 120개를 유치하고 부지를 4000㏊로 두 배 넓힐 계획이다. 그때면 알라부가는 영국의 케임브리지시만 한 크기가 된다.



그 특구에 들어온 지 1년 된 방열 건축 자재 생산 업체인 덴마크 기업 ‘락울(Rockwool)’은 관세 혜택을 통해 126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입주 기업인 ‘에어 리퀴드(Air Liquide)’는 전력망 연결에 250만 달러를 아낄 수 있었다.



알라부가는 2012년 10억 달러의 민간투자를 유치해 총투자액이 25억 달러를 기록했다. 또 러시아의 모든 특별경제구역에 제공되는 감세액의 59%, 총생산물의 71%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금융홀딩 피보(FIBO) 그룹의 아나톨리 보로닌 선임 분석위원은 “알라부가 발전에는 유리한 지리적 입지, 수준 높은 전문 인력, 잘 갖춰진 인프라가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주변 지역엔 대학, 중·고등 전문 교육기관도 여럿 있다.



그는 또 “지역정부의 적극 참여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루스탐 민니하노프 타타르스탄 대통령은 모든 감독위원회에 참석했다. 그 밖에 알라부가 입주기업에는 관세 및 부가세 감면 등의 관세혜택도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바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알라부가 경제특별구역의 경쟁력이다. 알라부가는 2012년 외국인직접투자(FDI) 부문에서 2012, 2013년 세계 40대 자유경제구역에 들었다.



특별 경제구역은 메드베데프 정권이 그랬고 현재 푸틴 정부도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곳이다. 특구의 목적은 러시아 경제를 혁신경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특구 건설 입찰은 2005년에 처음 있었다. 이때 리페츠크주와 타타르스탄(알라부가)의 산업생산구역(PTT) 두 곳과 두브나, 젤레노그라드, 톰스크,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기술특구 네 곳이 선정됐다.



입찰제는 ‘발전적’으로 폐지됐다. 특구 조성을 가속화하기 위해 모든 신청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2005년엔 러시아 경제특별구역의 관리·개발을 전담하는 연방기관 ‘RUSSEZ’도 들어섰다. 이 기관은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해당 사이트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며,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국영기업 업무를 효과적으로 하는 몇 안 되는 기관 중 하나다. 그 덕에 미국과 캐나다·일본·싱가포르·호주·인도·독일 등 외국 회사들이 특구로 진출했다.



사할린과 마주한 러시아 연해주 하바롭스크 동쪽의 소베츠카야 가반. 바니노 항으로 불리는 ‘항만 특구’다. 한국은 이 특구 진출에 관심을 보였지만 ‘가격 문제’로 흐지부지됐다. [사진 러시아특구청]


‘RUSSEZ’는 특별경제구역의 전략적 발전에 초점을 두고 최소 10년을 목표로 ‘로드맵’을 작성해 해당 특구에 대한 맞춤형 모델을 구축하는 중이다. RUSSEZ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발전이 미진한 부문엔 해외 전문가도 유치한다.



현재 러시아의 경제특구는 모두 17개다. 특구 대부분은 러시아의 유럽지역에 있으며, 일부는 남시베리아와 극동지역에 있다. 특구는 산업·기술·관광·물류의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그중 산업생산구역이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다. 알라부가는 ‘산업 유형’에 속한다.



그러나 성공의 기록은 아직 알라부가에 국한돼 있다. 특히 항만 지구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현재 러시아에는 러시아 유럽 지역의 ‘울리야놉스크’와 극동 하바롭스크주의 ‘소베츠카야 가반’ 두 곳에 항만 특구를 두고 있는데 입주 기업이 너무 없어 폐쇄하려 했다. 그러나 얼마 전 미국의 항공기 부품 제작업체 AAR과 가스프롬네프치-아에로가 처음으로 입주하면서 상황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알라부가 특구의 화물터미널
전문가들은 “바이칼-아무르 철도의 병목현상이 ‘소베츠카야 가반’ 발전에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지적한다. 특별 항만지구로 연결되는 철도 인프라가 빈약하며 소베츠카야 가반시역에서 무라비요프 반도(지구의 마지막 지점)까지 아예 선로가 없다. 특구의 욕심이 인프라 수준을 너무 앞질러 간 것이다.



한국이 투자에 관심을 보였던 유일한 러시아 경제 특구가 바로 이 소베츠카야 가반 특구였다. 발렌티나 그리고리예바 경제특구 발전청장은 “선박 수리소가 민간 시설이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한국은 이 선박수리소를 기반으로 생산하려고 많은 준비를 했고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했는데 공장 소유자가 가격을 껑충 높이면서 프로젝트가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 현재 소베츠카야 가반 경제특구에는 ‘바니노’항이 추가로 건설된 상태다.



‘RUSSEZ’ 신임 청장 미하일 트루쉬코는 극동 지역 특구 발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이 다시 관심을 가지길 희망하며 그는 “현대가 해안을 따라 생산 시설을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대는 ‘진작’ 그 지역 경제특구에 관심을 기울였어야 했다”고 말한다.



러시아에서 최북단 무르만스크 경제특구도 기업을 유치하지 못해 폐쇄해야 했다. 마리나 콥툰 무르만스크 주지사는 “항만 특구 조성은 섣부른 결정이었다. 무르만스크주는 잠재 입주기업이 요구하는 재정 지원을 해 줄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관광특구 운명도 비슷하다. 크라스노다르스크주의 ‘노바야 아나파’, 칼리닌그라드주의 ‘쿠르셰 코사’가 차례로 폐쇄됐다. 입주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쿠르셰 코사 폐쇄의 실제 원인으로 ‘토지 문제’를 꼽는다. 칼리닌그라드 주정부가 지방정부 관할 구역과 유네스코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국립공원 경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 국가두마는 특별경제구역 관련법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특구의 성격을 특정화하지 않고 아무 사업이나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새 법이 발효되면 허가받은 모든 업무를 특구 내에서 할 수 있다. 트루쉬코 청장은 “이런 세계적 흐름이 효과적이라는 것은 중국과 아일랜드의 성과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경우 삼성·LG 같은 대기업이 러시아에 공장뿐 아니라 연구소까지 운영하지만 경제특구에 진출하지는 않았다. LG는 1997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LG전자 러시아 R&D 연구소를 열었는데, 이 연구소는 지금도 러시아, CIS 국가, 발트 국가의 주요 연구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성은 2012년 말 스콜코보 테크노파크에 R&D센터를 설립했다.





러시아에서 경제특구와 테크노 파크는 상호 긴밀하게 협조한다. 특구와 테크노 파크의 가장 큰 차이는 세금 및 관세 혜택을 주는지 여부다. 특구는 있고 파크엔 없다. 테크노 파크는 고급 첨단 기술이 집중된 곳으로 보면 된다. 그러나 특구 역시 고급 첨단 기술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가끔은 장소가 중복되기도 한다.



이들의 공통목표는 외국 경험을 살려 혁신과 기술을 유치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러시아 내 경제특구가 아직 시작단계에 있어 나타나는 문제가 있기는 하다. 그래도 현재 러시아 경제특구에는 3M, 제너럴 모터스, 암스트롱, 요코하마, 이토추, 에어리퀴드, 베카르트, 락울, 노바티스, 노키아 지멘스네트워크스 같은 다국적기업이 진출해 있다. 입주 기업들이 신고한 총투자액은 122억 달러다.



그럼에도 경제특구는 공통적으로 대규모 국가 투자의 낮은 효율성과 재정지원 부족이라는 문제를 겪고 있다. 2012년 가을 러시아 회계청은 경제특구 발전에 편성된 국가 예산 지출의 효율성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특구에 대한 지출은 2012년 7월 1일까지 1154억 루블이다. 이 중 입주 기업의 세금 면제에 63억 루블, 입주 기업 혜택에 53억 루블이 지불됐다. 새 일자리는 6700개 창출됐다. 그러나 이중 어느 만큼이 다른 지역에서 유입됐는지는 불명확하다. 특구의 근로자 평균 임금은 지역 평균임금을 넘지 않고, 지역 내 기업 간 기술 협력망도 조성되지 않고 있으며, 입주기업은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



RUSSEZ의 트루슈코가 이끄는 팀은 외국인력을 유치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RUSSEZ는 외국회사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마련하고 있으며 테크노 파크를 갖춘 혁신적인 경제특구 조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리사 레비츠카야 기자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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