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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의 똑똑 클래식] 유언대로 베토벤 곁에 묻힌 슈베르트

중앙일보 2013.06.28 00:05 11면
프란츠 슈베르
트의 동상.
슈베르트 피아노5중주, A장조, 작품번호 114. ‘거울 같은 강물에 숭어가 뛰노네’라는 가사로 우리에게 친숙한 이 음악의 주제는 숭어가 아니라 ‘송어’다.



숭어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에 서식하는 바다 물고기고 송어는 깨끗한 물에서 사는 민물고기라는 생물학적 설명에 곁들여 슈베르트가 한 번도 바다 부근에 가보지 않아 숭어를 알 리가 만무하다는 정황을 들기도 하는데 이 곡의 독일어 원제는 ‘Die Forelle’이고 영어로는’The Trout’라 하니 숭어(Gray Mullet)가 절대 아님을 알 수 있겠다. 일반적인 피아노5중주는 피아노,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구성되는데 반해 슈베르트의 피아노5중주 ‘송어’는 제2바이올린 대신에 콘트라베이스가 들어가 경쾌한 선율 속에 중후한 베이스 음이 장중한 느낌을 준다.



1817년에 가곡으로 쓰여진 송어는 그의 친구 포글이 슈베르타이데에서 초연했는데 가사내용은 거울같이 맑은 시내에서 뛰어 노는 송어를 낚으려 낚시꾼이 낚시를 드리웠지만 물이 너무 맑아 잡히지 않자 물을 흐려놓고 송어를 잡는다는 다소 익살스러운 것이다. Winterreise. 우리 말로 직역하자면 ‘겨울여행’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겨울나그네’라 부르는데 직역보다는 약간 의역한 겨울나그네가 잘 어울린다.



슈베르트가 18세이던 1815년에 당대의 시성이라 불리던 괴테의 시에 곡을 붙였던 ‘마왕’이래로 괴테를 흠모한 그는 괴테의 시에 곡을 붙여 몇 차례나 헌정하지만 번번이 악보를 되돌려 받는 상처를 받았다. 빌헬름 뮐러의 시로 눈을 돌린 슈베르트는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그리고 ‘겨울나그네’라는 명작을 괴테가 아닌 뮐러의 시로부터 탄생시켰다.



마치 슈베르트 자신의 운명을 노래한 것 같은 겨울나그네. ‘이 세상에는 흥겨운 노래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 슈베르트의 심정을 들여다보려면 겨울나그네 24곡 전곡을 가사와 함께 감상해볼 필요가 있다.



김근식 음악카페 더 클래식 대표
1822년에 슈베르트는‘프랑스 민요에 의한 피아노 연탄용 여덟 개의 변주곡’을 작곡했고 악보에 ‘베토벤에게 바침. 그 숭배자이며 찬미자인 프란츠 슈베르트로부터’라는 헌사를 붙여 이를 손수 베토벤에게 전달하고자 베토벤의 집을 방문했다. 불운하게도 베토벤이 집을 비운 시간이어서 그 악보를 하인에게 주었으나 이후에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베토벤이 ‘이 사나이는 오래잖아 나를 따라잡을 것이다.’라고 했다는 말은 사실여부와 무관하게 당시 빈에 널리 퍼졌다.



1827년 베토벤이 운명하자 횃불을 들고 장례행렬에 참가했던 슈베르트는 이듬해 ‘내가 죽으면 베토벤 옆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운명했다. 그의 유언은 이루어져 베토벤이 묻힌 벨링크 묘지에 묻혔고 1988년 음악가들의 묘지를 빈 중앙묘지로 이장할 때도 베토벤과 나란히 옮겨졌다. 살아서 맺지 못한 베토벤과의 인연을 죽어서나마 이웃으로 이어나가는 슈베르트의 불우했던 삶에 박수를 보낸다.



김근식 음악카페 더 클래식 대표

041-551-5003

cafe.daum.net/the 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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