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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욱의 과학 산책] 식물도 나눗셈을 할 줄 안다

중앙일보 2013.06.25 00:10 종합 28면 지면보기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편집주간
식물이 산수 계산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주인공은 겨자과(科)에 속하는 두해살이 풀인 애기장대. 낮에는 햇빛과 이산화탄소로 당과 녹말을 만들고 밤에는 녹말을 소비(분해)하며 성장한다. 만일 해가 뜨기도 전에 녹말을 모두 소비해버리면 성장을 멈춘다. 이는 햇빛을 받은 지 여러 시간이 지나야 회복된다. 그렇다고 녹말을 남기면 낭비다. 무엇이 최적의 소비 속도일까. 애기장대는 나눗셈 계산으로 이를 결정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존 이네스 센터 연구팀이 최근 ‘e-Life’ 저널에 발표한 내용이다.



 연구팀은 햇빛을 받는 여건을 조절해 식물의 입장에서 예상 밖으로 밤이 너무 빨리 오거나 너무 늦게 오도록 만들었다. 그러자 애기장대는 이에 대응해 녹말 소비 속도를 낮추거나 높여 아침까지 녹말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남지도 않게 만들었다. 애초에 햇빛을 적게 받아 생산량 자체가 적을 때는 소비를 더욱 천천히 했다. 비축량에 따라서도 소비 속도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심지어 밤에 창문을 통해 햇빛이 부분적으로 비치게 조작한 경우에도 소비가 그에 맞게 조절됐다. 계산과 조절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는 증거다.



연구팀은 “조절은 녹말 관련 분자(S)와 시간 관련 분자(T)의 농도를 매개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S분자는 녹말의 분해를 촉진하고 T분자는 이를 저해한다. 모델에 따르면 녹말 소비율은 S분자와 T분자의 비율, 다시 말해 S를 T로 나눈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이 방정식을 찾아낸 마틴 하워드 교수는 “애기장대에는 녹말의 비축량을 재는 메커니즘과 시각을 측정하는 내부 시계가 모두 존재한다”면서 “우리의 연구결과는 복잡한 산수 계산이 이뤄진다는 사실이 생물학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와 유사한 방정식은 한정된 비축분을 소비해야 하는 동물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새인 좀도요는 5000㎞를 날아 북극의 번식지에 도착하는데 이때 체지방은 14시간 생존할 분량밖에 남아 있지 않다. 남극의 황제펭귄 수컷은 4개월 동안 알을 품고 있는데 암컷이 돌아올 때쯤이면 위험할 정도로 적은 체지방밖에 남아 있지 않다. 앞서의 애기장대 사례는 식물이 지능을 갖췄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다. 탄수화물의 소비속도를 자동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다는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거기에 수학원리가 작동한다는 것은 여전히 놀라운 일이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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