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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는 차림새 빠른 손놀림 당찬 신세대

중앙선데이 2013.06.22 00:19 328호 6면 지면보기
2011년 8월 2일 미국 LA 할리우드 볼 공연장. 분홍색 미니스커트 차림의 피아니스트가 킬 힐을 또각거리며 무대로 나왔다. 유자 왕(Yuja Wang·26·사진)이었다. 클래식 공연장에 연주자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등장한 건 전통을 중시하는 클래식계에선 경천동지할 일.

29일 첫 내한공연하는 중국 피아니스트 유자 왕

자연스럽게(?) 드레스 코드 논쟁이 시작됐다. LA 타임스의 마크 스웨더는 공연 리뷰에서 “공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짧은 치마였다”며 “그녀의 높은 힐은 걷기에도 부적절할 정도였다”고 비판했다. ‘어떤 옷을 입는가는 전적으로 연주자의 선택에 달린 것’이란 주장에 ‘연주자는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연주부터 의상까지 모든 면에서 청중을 의식해야 한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논란은 태평양 건너 중국에까지 번졌다. 한 TV 시사 프로그램은 중국 전통 악기 연주자의 말을 인용해 “연주에는 부적절한 의상이었다”며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공부한 유자 왕은 중국 전통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혹평했다.

이 미니스커트 논란에는 파격적인 행보, 유명세 그리고 클래식 음악계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까지 피아니스트 유자 왕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이 투영돼 있다.

1987년 2월 베이징에서 태어난 유자 왕은 여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열다섯이 되던 2002년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 콘체르토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커티스 음악원에서 개리 그라프만을 사사했다. 그는 e-메일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재즈 퍼커션 연주자셨고 엄마는 춤을 추는 분이셨는데 나는 아버지에게서 음악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들려주었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2008년. 그해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라흐마니노프의 ‘왕벌의 비행’을 연주하며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고 현란한 손놀림을 보여줬다. 이 쇼킹한 영상은 유튜브에서 300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를 통해 유자 왕은 ‘기교의 여왕’이란 별명을 얻었지만 감정보단 속도에, 내면보단 외향에 치우쳐 있다는 평가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이 같은 세간의 평가를 벗어나기 위해 그는 무던히도 노력했다. 2009년부터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발표한 음반들은 선입견을 넘어서기 위한 투쟁의 기록물이다. 그 정점에 있는 게 2011년 발표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앨범. 그는 현란한 기교를 넘어서는 차가운 감정을 찾아냈고 이를 음반에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그는 “테크닉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사실 건반 테크닉에 대해 따로 시간을 내서 생각해본 적이 없다. 피아노에 앉아 연주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처럼 테크닉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연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음악은 스포츠 경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솔직히 말해 그냥 음악에만 집중해요. 사람들이 흔히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음악을 스포츠 경기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누가 더 빠르게 연주하고 더 강하게 건반을 두들기는지, 누구의 몸짓이나 손짓이 더 멋진지만을 생각하는데 그건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그가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영국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샤를 뒤투아)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쇼팽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쇼팽은 피아니스트에겐 특별한 작곡가죠. 그는 피아노가 내는 목소리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울림에 통달한 사람입니다. 그의 음악을 연주하는 건 음악에 담겨 있는 절정을 담아내는 노력과 같죠.”

미니스커트 논란에 대해서도 “나는 내가 입고 싶은 걸 입는다. 한 번도 불편하게 생각한 적이 없다”는 이 신세대 피아니스트는 “한국 연주를 기다려왔다. 관광할 시간은 없고 연주가 끝난 다음에 한국의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티켓 가격 5만~25만원. 문의 1577-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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