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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낮술 끊고 시간도 칼같이 준수 … 암행감찰에 몸사린 청와대 직원들

중앙일보 2013.06.22 01:25 종합 6면 지면보기
#최근 청와대 주변 식당에서 지인과 점심식사를 하던 청와대 행정관 A씨는 “맥주 한잔하자”는 말에 손사래를 쳤다. “왜 그러느냐”는 물음에 A씨는 “요즈음 삼청동이나 효자동 주변에 청와대 공직기강팀이 돌아다니며 낮에 술을 마시는 직원이 있는지를 감찰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한 잔이야 괜찮겠지만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세 잔 된다”며 끝내 거절했다.


윤창중 스캔들 후폭풍 이어져
기강팀, 대통령 방중 수행할 듯

 #평소 술을 즐기는 편인 비서관 B씨. 그는 최근 기자와 만나 “오랜만에 지인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소주 폭탄주가 몇 순배 돌았지만 나는 혼자 사이다만 마시다 돌아왔다”며 “여러 번 내게 술을 권했지만 뿌리치고 분위기를 맞추느라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최근 청와대 주변 삼청동·효자동 일대에 청와대 공직기강팀 암행감찰반이 떴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생긴 새로운 풍속도다. 감찰반은 청와대 주변 식당가 인근에서 암행하며 근무시간 중 음주 등 부적절한 행위를 집중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소문이 퍼지자 실제로 점심 반주(飯酒)를 즐기는 직원들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업무 규정대로 점심시간(낮 12시∼오후 1시30분)을 ‘칼’같이 지키는 직원도 많아졌다. 아예 감시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청와대 주변을 떠나 여의도·마포 일대의 음식점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늘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희롱 스캔들이 낳은 현상이다. 민정수석실은 암행감찰반의 존재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지만 직원들 사이에 ‘-카더라’는 얘기가 알음알음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한 관계자는 “특히 대통령이 청와대를 비우는 중국 순방(27∼30일)을 전후로 감찰이 더 엄격해졌다”고 귀띔했다. 이런 분위기는 ‘로(low) 알코올 순방’으로 이어질 태세다. 또 공직기강팀의 시어머니 노릇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공직기강 직원이 함께 갈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방미 수행단에 공직기강팀이 포함되지 않아 사고가 났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조치다.



 이뿐만이 아니다. ‘더위와의 전쟁’도 요즘 청와대 직원들을 괴롭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저도 요즘 에어컨을 전혀 틀지 않고 지내고 있다”고 말하면서 눈치 볼 일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행정관 C씨가 전한 에피소드 하나.



 “얼마 전 청와대 위민관(비서들이 일하는 건물의 명칭)에서 일하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왔더니 여직원이 벌벌 떨고 있더라. 불시 점검을 나온 공직기강팀이 ‘방금 에어컨 사용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고 갔다며 ‘어떡하느냐’고 울상을 짓는 난감한 일도 있었다.”



 청와대는 절전을 실천한다는 차원에서 28도가 넘어야 에어컨을 틀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절전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공직기강팀이 수시로 위민관을 점검하는 바람에 30도가 넘어가도 에어컨을 돌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자 직원들 사이에선 “너무 더워서 일하기도 힘든데 적발될까 봐 걱정까지 해야 하느냐”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직원은 “가뜩이나 조용히 일만 하는 분위기였는데 더 죽어라 일만 하게 생겼다”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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