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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베풀면 성공한다, 와튼 스쿨 교수의 충고

중앙일보 2013.06.22 00:07 종합 24면 지면보기
기브 앤 테이크

애덤 그랜트 지음

윤태준 옮김, 생각연구소

464쪽, 1만6000원




상대의 마음을 조종해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는 식의 얄팍한 처세술을 가르치는 대중심리학책에 신물이 났다면 이 책이 제법 반가울 것 같다. 삶을 긍정적으로 대하면 성공과 구원이 보장된다는, 일종의 착각을 심어주는 긍정심리학에 반대하는 이들도 좋아할 것 같다.



이 책은 구체적 실험과 통계와 사례 연구를 들며 “많이 베풀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손해 보아도 참는 착한 사람들이 성공하고 사랑받는다”는 가설을 설득력 있게 증명하고 있다. 더욱이 저자가 복고적 신자유주의자들을 대량생산해 낸 와튼 스쿨의 조직심리학 교수라니. 그의 이론대로 나보다 먼저 남을 생각하고 봉사하는 사람이야말로 성공한 사람이라고 믿는 사회는 유토피아에 근접할 것 같다.



 그의 처방은 남을 돕고 싶어도 에너지가 소진될까봐, 실컷 돕고 남들에게 조롱당할까 봐, 조심스러워 하는 이들도 겨냥한다. 꼭 많이 베푼다고 해서 지치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해서 결과가 신통치 않을 때 소진된다는 설명도 해준다.



 예컨대 마약으로 유명한 필라델피아의 한 고등학교 교사를 보자. 청운의 꿈을 품고 저소득층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나섰지만, 아이들에게 아무리 애정을 쏟아도 별 변화가 없어서 지치곤 했는데, ‘마인드 매터’란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는 열정이 커졌다는 것이다. 교육의 효과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나타나게 되지만, 집중적인 상담은 바로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그간의 ‘탈진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같은 영역의 반복적인 봉사 대신, 다양하게 도움을 베풀 때 에너지가 재충전되기 쉽다는 실험도 소개한다.



 저자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베풀 때 얼마나 더 활력을 얻고 생산성도 좋아지는지에 대한 다른 심리학자들의 실험도 인용한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심리적 탈진에서 벗어나는 해독제임을 적시한다.



 그러나 주는 사람이 무조건 성공한다는 단순한 도식도 피한다. 지나친 감정이입 때문에 내리는 적절치 못한 판단을 예방하기, 상대를 신뢰했어도 지나치게 이용당한다면 언제든 전략을 수정해 상대방에게 확실하게 경고하기, 나보다 집단의 이익을 대변함으로써 확실하게 협상 밀고 가기, 정말 소중한 사람을 가려내 베풀 가치가 있는 일만 하기 등은 실행할 만한 조언이다.



 저자는 사회철학자 토크빌의 “미국인은 거의 모든 행동을 자신의 이익에 기초해 설명한다”라는 말에 기대어 성공의 평가 기준을 개인적 성취에 국한하는 미국문화도 비판한다. 교활한 방식으로 치부한 억만장자들보다 남들에게 베풀고 사회를 보다 살 만한 세상으로 변화시킨 이름 없고 가난한 사람의 성공이 더 위대하다는 근본적 가치를 강조한다.



 빈부차가 심하고 부정이 횡행하는 후진국일수록, 사회야 흉악해지건 말건 나 하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무뢰배들이 많다. 당연히 사회는 비윤리적이고 불공평해진다.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의 뜻을 이해하는 젊은이조차 많지 않은 이상한 나라가 되어서, 원래는 우리의 자랑거리였던 예의와 배려심조차 서양 심리학자에게 다시 물어야 하는 상황이 서글프다. 그러나 내 주변을 돌아보면, 의외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청해서 남을 도와주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고, 반대로 남을 이용하려는 잔머리의 도사들이 결국 자기 꾀에 넘어가는 경우를 꽤 많이 접한다.



 분명 남에게 이익을 취하는 쪽에 속하면서도 자신은 남들에게 많이 이용당하면서 산다고 착각하고 속상해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남에게 베풀면서도 자신은 주변에서 많은 것을 받으며 살아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책 제목처럼 말하자면, 적지 않은 기버(giver)가 자신을 테이커(taker)로 알고, 상당수의 테이커가 자신을 기버로 착각하는데, 어쩌면 그것이 베풀면 베풀수록 풍요로워지고, 갈급하면 갈급할수록 더욱 황폐해진다는 인생의 비의가 아닐까 싶다.



 인간관계에서 받은 박탈감과 배신감 때문에 상담이나 심리분석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 결국에는 바로 그 상처 때문에 훨씬 더 성숙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피상적으로 보자면 이 세계는 남을 밟고 딛고서라도 자기 욕심을 채우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비정한 정글처럼 보이지만, 속 깊이 들어가면 천적끼리의 먹이사슬만큼 서로 돕는 윤회의 고리도 존재한다. 그래서 사랑이 가득찬 행복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내 주변이 행복해야 결국 나도 행복하고, 내 공동체가 안전해야 내 안위도 보장된다는 것이 결국 공공의 윤리도덕이 필요한 까닭이 아닐까. 나를 소중히 여겨야 남도 소중히 여기게 되고, 남에게 베풀어야 나도 받게 된다는 고전적인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정신을 자본주의의 싱크탱크 중 하나인 와튼 스쿨의 저자에게서 발견해 내는 기쁨이 크다. 다만, 저자가 드는 예들이 너무나 미국 내부에 국한된 것들이라 빨리빨리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 게 흠이라면 흠이다.



이나미 정신과 전문의



●이나미  융 분석심리학자. 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 원장. 저서 『한국 사회와 그 적들』 『융, 호랑이 탄 한국인과 놀다』 『오십후애사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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