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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여성 기업인, 더 이상 '‘초대손님' 아니다

중앙일보 2013.06.21 00:39 경제 10면 지면보기
홍상지 경제부문 기자
“다 좋은데, 애들은 누가 봐 주나요?”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여성 대표 김영주(가명)씨는 최근 사업 설명을 하는 자리에서 관련 부처 공무원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공무원이 농담처럼 건넨 그 질문에 김씨는 맥이 풀렸다. 그는 “기업 대표로서 회사를 알리러 나왔는데, 여전히 그들 눈에 난 ‘애 키우는 아줌마’였다”며 씁쓸해했다.



 한국 경제에서 여성 기업인들은 여전히 ‘초대손님’ 신세다. 지난해 2만8000여 개의 벤처기업 중 여성이 대표인 벤처기업은 2100여 개에 불과했다. 이들 가운데 코스닥 상장기업은 10여 개다. 코스닥 전체 상장사의 0.7% 수준이다. 기업 수 자체가 적을뿐더러 그나마 성공한 기업도 드물다.



 이들의 성장을 막는 가장 큰 벽은 보이지 않는 차별이다. 먼저 ‘여성 대표’라고 하면 색안경부터 쓰고 보는 공무원·업계 관계자들이 있다. 한 여성 대표는 직접 영업전선에 나설 때마다 “아주머니, 남편은 뭐하세요?” “남편이 아내분 너무 고생시킨다” 등의 말까지 들었다. 여성 대표로서 관련 업계 남성 대표들과 동등하게 만나려고 해도 쉽지 않다. 본지와 인터뷰했던 모 여성 대표는 “대표 대 대표로서 사업상 대화를 나누고자 저녁 자리를 잡았는데, ‘남녀 둘이 보는 건 좀 위험하지 않느냐’며 사람을 더 데리고 나올 수 있는지 묻더라”고 전했다. 여성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인식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건 젊은 층의 이야기다. 경제의 ‘허리’ 40~50대 사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집으로’다.



 여성 기업인들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되려면 이들이 클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사회가 이들을 향한 편견을 거두고 ‘같은 업계 동료’로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LG경제연구원은 여성이 경제활동을 포기한 데 따른 근로소득 손실액이 60조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츠는 미래 국가와 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여성·감성·상상을 꼽았다. 여성 벤처가 한국 경제의 ‘초대손님’으로 그치기엔 아쉬운 이유다.



홍상지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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