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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고수 위에 하수…KB리그, 랭킹은 숫자일 뿐

중앙일보 2013.06.21 00:36 종합 23면 지면보기
‘랭킹 파괴’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신진세력의 눈부신 도약과 정상권의 정체가 맞물리면서 그 농도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2013 KB바둑리그는 이변이 가장 빈발하는 무대다. 하위 랭커들이 각 팀의 1, 2지명을 격파하며 저격수 역할을 하는 바람에 8개 팀의 순위 경쟁이 예상과는 전혀 다른 각도로 펼쳐지고 있다.


신진 세력들 눈부신 도약 … 25위 김정현 최고 에이스 킬러
2부 리거 57위 박준석은 53계단 위 최철한 꺾는 괴력

 에이스 킬러로 떠오른 신안천일염의 3지명 김정현은 한국랭킹이 25위다. 그는 SK의 주장 최철한(4위), Kixx의 2지명 이영구(14위), 정관장의 주장 박정환(2위)를 잇따라 격파하며 팀의 선두권 질주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바둑리그에서 4전4승을 거둔 기사는 김정현과 한게임 주장 김지석(3위) 두 사람뿐이다.



 티브로드의 김세동(30위)은 넷마블 주장 박영훈(9위), Kixx 주장 김승재(10위)를 연파하며 주장 조한승(6위)이 부진한 틈을 확실하게 메워주고 있다. 티브로드는 2부리거인 김현찬(39위)과 류수항(50위)이 SK 최철한과 포스코캠텍 주장 강동윤(5위)을 꺾는 등 2진 선수들의 대활약으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바둑리그에서 가장 큰 랭킹 차이를 이겨낸 선수는 한게임의 2부리거 박준석(57위)으로 그는 4라운드 1경기에서 SK의 최철한(4위)을 꺾어 53계단의 차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같은 팀의 조인선(40위)도 Kixx 주장 김승재(10위)를 꺾으며 30계단 차이를 이겨냈다.



 현재 한게임, 티브로드, 신안천일염이 선두권을 형성한 이면에는 이들 하위 랭커의 반란이 큰 몫을 했다. 반면에 8개 팀 감독들이 만장일치로 우승후보로 꼽은 정관장은 2승2패로 부진하다.



(왼쪽부터) 랭킹 25위 김정현·30위 김세동·50위 류수항·57위 박준석


 KB바둑리그에서 올해 가장 힘든 선수는 Kixx의 주장 김승재(10위)다. 그는 지난해 바둑리그 다승왕에 오른 바람에 올해 처음으로 주장에 뽑혔다. 그러나 결과는 4전4패. 바둑리그 정규선수 중 유일한 전패고 팀도 꼴찌다. SK 주장 최철한(4위)은 하위 랭커들에게 잇따라 지는 바람에 동네북 신세다. 팀도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주장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러나 최철한은 중국리그에서는 펄펄 난다. 현재 중국 갑조리그 시안(西安)팀의 주장인 그는 현재 6전 전승이다. 상대했던 선수도 구리(중국 4위), 저우루이양(중국 7위), 천야오예(중국 2위), 류싱(중국 13위) 등 최강급이다. 누가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까.



 ‘최철한 케이스’는 프로기사의 실력 차이가 매우 좁혀졌다는 것을 거듭 방증할 따름이다. 지난주 한국바둑은 LG배에서 전멸하는 대참사를 겪었는데 그 대회 32강전에서 중국기사들조차 낯설어하던 샤천쿤(중국 119위)이 한국의 김지석(3위)을 꺾었다. 김지석은 중국리그에서는 3승3패, 한국리그에서는 4전전승이다. 그야말로 뒤죽박죽이다.



 랭킹은 거의 무너진 것일까. 매달 성적을 집계해 과학적인 시스템에 의거해 매긴 랭킹인데 무시해도 되는 걸까. 그건 아니다. 신진들의 도약과 정상권의 정체가 맞물리면서 서로 연관성을 찾기 힘든 이변이 속출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주말(22∼23일) 바둑리그는 한게임과 넷마블이 대결하는데 53계단의 랭킹 차를 극복했던 박준석(57위)이 아직 랭킹도 없는 신민준과 대결한다. 또 조인선(40위)은 바둑리그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낮은 황진형(128위)과 맞선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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