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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여성의 조루?

온라인 중앙일보 2013.06.20 10:00
“제 아내는 보통 여자와 달라요. 달라도 너~무 달라요.”



 성 트러블이 있다며 진료실을 찾은 30대 후반의 A씨 부부. 남편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여자들은 오르가슴을 잘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던데, 제 아내는 너무 빨리, 쉽게 옵니다. 한마디로 여자 조루 같아요.”



 다른 사람이 들으면 부러워할 법도 한데, 정작 A씨의 아내는 괴롭다.



 “오르가슴을 느끼고 나면 흥분이 확 떨어져서 더 이상 하기가 싫거든요. 분비도 딱 멈춰 버려서 아프기도 하고, 남편이 손대는 것도 싫어져요.”



 아내도 힘들지만 남편도 고역이다. 채 1~2분도 안 돼 아내가 오르가슴을 느끼고 그 후엔 “이제 그만하라”며 눈총을 준다. 빨리 끝내라고 채근하니 조급해진 A씨는 오히려 사정이 더 힘들어진다. 보통 성관계 시엔 사정이 너무 빠른 조루 남편과 이로 인해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못해 아내가 불만인 경우가 다반사인데 서로 뒤바뀐 형국이다. A씨 아내처럼 지나치게 빨리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여성이 간혹 있다. 이런 형태를 코사리 박사는 조기 오르가슴 반응(Early Orgasmic Response: EOR)으로 분류한다.



 여성의 조기 오르가슴 반응은 남성의 오르가슴인 사정 반응이 너무 빨리 오는 ‘조루’와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 다만 남자들은 조루가 많고 지루가 적은 데 반해 여성은 EOR보다는 잘 못 느끼는 불감증이 더 많다.



 
[일러스트=강일구]
일반적으로 여성은 멀티 오르가슴이 가능하기에 오르가슴을 느낀 후에도 곧 또 다른 행위와 자극에 몰입될 수도 있지만 EOR이 심한 여성은 급격한 성 반응의 저하로 즉각적인 연쇄반응이 힘들다. 마치 남성이 사정을 하고 나면 불응기에 빠져 성욕이나 성 반응이 제한되는 것과 비슷하다.



 EOR은 남성의 조루와 여러 측면에서 비슷하다. 부드럽고 완만하게 상승해야 할 성 반응이 너무 급속도로 상승하다 보니 어설픈 클라이맥스에 오른 후 쉽게 사그라진다. 또 성 반응의 이런 조급함 때문에 실제 성적 만족감은 떨어진다. 오르가슴이 쉽게 자주 올 뿐 제대로 된 성적 즐거움은 훨씬 취약하고 만족스럽지 못하다.



 학계의 EOR 치료도 남성의 조루 치료와 아주 유사하다. 조루 치료도 국제적으로는 단순히 성기의 감각이 예민하다고 여겨 감각신경을 마비시키는 시술은 별로 하지 않듯 EOR이 단순히 성기가 예민해서 그렇다고 여긴다면 단순무식한 생각이다.



 EOR은 성적 부담과 불안에 급히 자위나 성행위를 하고 피해 버리는 회피 반응이 습관화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여성들은 불안과 긴장에 오르가슴 중추가 너무 조기에 발현되지 않도록 이를 안정화시키는 세로토닌계 약물치료나 성적 흥분을 완만하게 느끼도록 경험하는 노출 치료인 행동요법을 병행한다.



 EOR 여성은 성격적으로도 소심, 예민하거나 성적으로 보수적인 측면 등 상당 부분 조루를 가진 남성들의 성향과 비슷하다. 쫓기는 상황이나 죄책감에 다급하게 성행위를 한 초기 성경험도 악영향을 준다. A씨의 아내도 이런 부분에 대한 성 치료를 통해 안정화됐다. 누누이 얘기해 왔듯이 성은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느긋하게 즐기며 행복감을 만끽하는 것이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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