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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빠듯한데 … 민간발전소 건설 22곳 중 16곳 표류

중앙일보 2013.06.20 01:46 종합 3면 지면보기
경기도 한 중소도시에 액화천연가스(LNG) 복합발전소 증설을 검토 중인 A사는 요즘 큰 고민에 빠졌다. 사업성은 높은데 ‘2009년 악몽’이 떠올라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회사 관계자는 “당시 발전소 증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 전체가 반대 시위장으로 바뀐 듯 했다”며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요구사항이 지나치게 많아 ‘이 기회에 한몫 잡자’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엇박자 행정에 주민 반대로 공회전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경기도의 한 산업단지에 소규모 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B사는 환경부가 제동을 걸면서 발만 구르고 있다. 환경부가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LNG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집해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착공이 늦어지면 공장 등 입주 예정 기업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볼 처지”라며 안타까워했다.



가동 민간발전소, 전력설비의 13%





 전력 수급의 또 다른 한 축으로 추진돼 온 민간 기업의 발전 사업이 곳곳에서 중단되거나 연기되면서 흔들리고 있다. 기업들은 생산한 전력을 한국전력거래소에 팔아 20~30년 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발전 사업에 적극 뛰어들었지만 정부 부처 간 이해 충돌과 환경·지역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일부는 착공조차 못한 채 표류 중이다.



 가뜩이나 원전 납품 비리로 전력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전력 공급의 한 축을 차지하는 민자 발전설비들이 사업 시작부터 ‘공회전’을 하고 있는 것. 민간 발전소는 2000년 당시 국내 발전용량의 8%가량을 차지했지만 6월 말 현재 13% 선까지 성장했다. 이 수치는 제6차 전력수급계획(2013~2027년)이 마무리되는 2027년께 23.4%로 높아질 전망이다. 민자 발전소들이 경상남북도와 제주도 인구(약 700만 명)에 전기를 공급할 정도로 비중이 커지는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이수일 연구위원은 “제3차 전력수급계획(2006~2020년)에 반영된 민간 발전사업의 82%(4650㎿)가 지연 또는 취소됐다”며 “이는 원전 3, 4개 건설이 중단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본지가 제4차 전력수급계획(2008~2022년) 이후 진행된 민자 발전소 추진 사항을 분석했더니 72.7%가 6개월 이상 지연 또는 중단한 상태다. 현재 추진 중인 화력·복합발전소 22곳 가운데 16곳이 당초 예정 기간을 초과했다.



 포스코건설이 강원도 춘천에 추진했던 복합발전소, 현대건설의 포항 화력발전소 등이 시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사업을 접었다. SK E&S가 경기도 양주에 지으려던 LNG복합발전소도 시의회의 동의를 받지 못하고 무산됐다.



 경기도의 한 도시에서 막바지 공사를 진행 중인 C사는 소송으로 진을 빼고 있다. 예정했던 송전선로가 인근 골프장을 지나면서 골프장 측과 마찰을 빚고 있는 탓이다.



 이미 공사 허가를 받은 민자 발전소들 역시 완공 일정이 지연돼 애를 태우고 있다. 동부건설이 충남 당진에 건설하기로 한 500㎿급 화력발전소 2기는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와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2년 넘게 표류하다 올 초에야 시의회의 동의를 얻은 것. 회사 측은 “2016년 6월 예정이던 준공 시점이 늦춰질 듯하다”고 말했다. 동부 당진발전소는 STX의 북평발전소와 함께 발전 공기업이 맡아왔던 국가 기반발전(화력·원자력) 사업에 처음 뛰어든 ‘민자 화력발전 1호’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착공한 강원도 동해의 STX북평발전소는 자금난으로 어려움에 처한 경우다. 19일 현재 공정 진척률은 9% 남짓. 계획대로라면 15%는 진행됐어야 한다. STX가 자금난에 빠지면서 공사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 협력업체 D사 관계자는 “대금 결제가 한 달 이상 늦어져 6억원가량을 못 받고 있다”며 “지금 상황으론 공기 맞추기가 빠듯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파워가 강원도 삼척에 추진 중인 2000㎿급 화력발전 정도가 부지 문제에서 그나마 자유롭다. 동양은 석회석 채굴이 거의 마무리된 280만5000㎡(약 85만 평) 규모의 시멘트 광구 부지를 활용할 계획이다.



“일부 지자체, 주민 부추겨 어깃장만”



 해당 기업들은 민자 사업이다 보니 대놓고 불만을 제기하지도 못한다. 익명을 원한 B기업 임원은 “그래서 정부와 지자체의 조율 노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대다수 지자체는 일자리 창출과 인구 유입, 지방세 수입 등의 효과를 기대해 발전소 유치를 환영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이해관계는 상황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반경 5㎞ 안에 거주하는 경우 특별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 주민들은 혜택이 거의 없어 반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B기업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서는 지자체가 사업을 설득하고 기업에도 합리적인 요구를 해야 하는데 일부 지자체는 은근히 주민들을 부추겨 어깃장만 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산업부·환경부 갈등 … 벽 허물기 절실



 민간 기업이 온갖 ‘민원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다면 발전 공기업은 정부 부처 간 ‘엇박자 행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남동발전이 추진 중인 인천 영흥 7·8호기는 사용 연료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오염물질 배출 문제를 들어 환경부와 인천시 측이 석탄 사용을 반대하고 있어서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2011년 9월부터 환경부와 협상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평행선”이라며 답답해했다.



 오는 11월 가동 예정인 세종열병합발전소(한국중부발전)는 용량 오차 ‘2.9%’때문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설비용량이 530㎿로 환경영향평가 때보다 15㎿(2.9%)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환경부와 승인 협의를 하고 있다. 현행법에서 초과용량 인정 범위는 10㎿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557㎿급으로 시뮬레이션을 했기 때문에 환경영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환경부가 너무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온갖 이해관계가 얽힌 지역 발전소 설립에 깊숙이 발을 들이기를 꺼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박성택 전력산업과장은 “현재 에너지 수급 계획에 차질이 없고 정부가 발전소 건설 단계까지 나서서 주민을 설득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강희찬 연구위원은 “환경부와 산업부 간 의견 차이보다 더 큰 문제는 그 윗선”이라며 “청와대나 총리실 또는 별도의 기구가 조종자가 돼야 한다. ‘부처 간 장벽 허물기’가 이뤄져야 하는 대표적인 분야가 전력 산업”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재·이가혁 기자



바로잡습니다 위 기사 중 “환경부의 제동으로 한국남부발전 삼척 1호기의 완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환경부는 “삼척 1호기와 관련해 현재 협의 중인 사항이 없어 ‘환경부에서 제동을 걸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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