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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고소·고발 … 제 앞가림도 못하며 어떻게 국정을

중앙일보 2013.06.20 01:39 종합 5면 지면보기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회의실에서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권성동 제1소위원장(뒷모습), 민주당 이춘석(왼쪽부터)·박범계·전해철 의원 및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오른쪽) 등 참석 위원들이 일명 ‘전두환 추징법’으로 불리는 7개 관련 법안 등을 심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서로 싸우다가 툭하면 사법기관으로 달려가는 국회의 고질병이 또 도졌다.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정보위원장이 민주당 소속 박영선 법사위원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지 하루 만인 19일, 박 위원장이 서 위원장을 상대로 검찰에 수사 의뢰할 뜻을 밝혔다. 여야 상임위원장들 간의 갈등이 확전 양상이다.

국회, 여야 상임위원장 갈등 확전
3권분립 한 주체인데 사법부 의존
통진당선 지난 3월 여야 30명 고소



 박 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서 정보위원장이) 위원장으로서 (3개월째 정보위를 열지 않고 있어) 직권 남용이나 직무 해태에 해당되는지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며 “이 부분이 국정원의 정치 개입 사건과 어떻게 연루됐는지 살펴보고 수사 의뢰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서 위원장은 “법사위원장이 (내가 정보위를 열지 않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다고) 근거 없는 사실을 공표했다”며 명예훼손으로 박 위원장을 고소했다.



 올 들어 국회에선 여야 의원 30명이 무더기로 서울중앙지검의 조사 대상이 됐다. 지난 3월 통합진보당이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해 자격심사안을 발의한 이한구 전 새누리당, 박기춘 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등 30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다.



 국회의 고소·고발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도 새누리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무효화 발언’이 있었다는 주장을 펴자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 간에 고소와 맞고소가 이어졌다. 2007년 대선 때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관여설과 이 후보 부인인 김윤옥 여사의 명품 시계 논란 등으로 같은 일이 있었다.



 3권 분립의 한 주체인 입법부가 자기들 문제를 상습적으로 사법부로 끌고가 심판해 달라고 의뢰하면서 스스로 권위를 추락시키는 형국이다.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주장하면서 수사기관을 정치 문제에 끌어들이고 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 교수는 “의회는 정치 공동체 간의 갈등과 이견을 제도적으로 해소하는 최고의 기구”라며 “그런데도 자신들의 문제를 사법부로 넘겨 스스로 정치의 권위를 추락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 교수는 “국회가 자신들의 문제조차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부로 넘기는데 어떻게 다양한 집단의 이해를 조정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고소·고발전은 일정한 패턴이 있다. 여야 공방→갈등 격화→묻지마 폭로전→고소와 맞고소로 이어지는 난타전의 사이클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돈 봉투’ 논란이 겹치며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정보위의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의총에서 “국회 정보위 개최를 요구했던 지난 3월 (서 위원장이) 제게 국외 출장을 잘 다녀오라면서 봉투를 줬다”며 “저는 ‘뜻만 고맙게 받겠다’고 돌려보냈다. 얼마가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 위원장은 “나는 정 의원과는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후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며 “추측하건대 (정 의원이) 하도 여러 군데서 (봉투를) 받다 보니 헷갈리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금이 막장은 틀림없는 것 같으니 대응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 교수는 “공직자나 정치권이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고발에 나서는 사례가 유독 우리나라에 많다”며 “명예훼손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를 위해 국가가 마련한 제도인데 오히려 목소리를 보장받은 국회의원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할 자신들의 분쟁을 법원의 판단에 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소송이 남발되는 이유는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정치권이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중진들도 우려하고 있다. 서병수(4선) 새누리당 의원은 “법을 만드는 의원들이 고발·고소전에 나서면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여야는 자제하고 국민을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주영(4선) 의원도 “우리가 싸울 때도 있지만 금도라는 게 있다”며 “성숙한 의회 문화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국민 앞에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말하긴 곤란하다”고 했다. 민주당 설훈(3선) 의원도 “법을 제정하는 입법부가 사법부에 의뢰해서 결정을 기다린다는 건, 누가 봐도 좋지 않은 선택”이라며 “갈등을 조정하는 게 정치인데, 기본적으로 송사는 우리 정서에 맞지도 않고 결과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고 했다.



글=채병건·이소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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