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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어둠의 실적' 석탄공사 다시 묻는 존재의 이유

중앙일보 2013.06.20 00:00 경제 2면 지면보기
[중앙포토]


18일 발표된 2012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기관장·기관 모두 ‘꼴찌(E등급)’를 기록한 대한석탄공사. 지난해 1910억원 매출에 96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손실이 쌓이다 보니 자본잠식은 8000억원에 달했다. 2008년 이후 대졸 신입사원은 단 두 명에 불과하다. 신입사원이 없다 보니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20.7년에 달할 정도로 고령화됐다. 직원의 평균보수는 5596만원, 사장 연봉도 1억원이 채 안 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또 최하위 … 개선 여지는 정말 없나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의 대표 에너지 공기업으로 국가부흥의 토대를 이뤘던 석탄공사는 지난해 평가에서도 기관장 C, 기관 D등급을 받았다. 2008년 이후 D등급 이하의 평가를 벗어나 본 적은 2011년이 유일하다. 이때도 기관장·기관 모두 C등급을 받았다. 평가의 목적이 ‘평가를 통해 자극을 주고, 다음에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면 대한석탄공사는 아예 평가의 목적을 벗어나 자포자기의 단계에 이른 셈이다.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이르게 됐을까. 정부는 왜 석탄공사를 이 정도가 될 때까지 방치하고 매년 경영평가로 매도만 하고 있을까.



 2012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을 살펴봤다. 매출과 당기순이익 부문은 석탄이 한계산업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총인건비 인상률 부문에서 4점 만점에 0점을, 광산안전관리사업 부문에서 E+등급을, 기관장 리더십 부문에서 D+를 받은 것이 치명적이었다. 총인건비 부문의 경우 지난해 정부가 3.9%를 상한선으로 지침을 세웠는데, 석탄공사는 총인건비 인상률이 7.9%에 달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지킨다고 해놓고 뒤로 육아보조비·종합검진비·보건관리비·연료보조비 등의 각종 인건비성 복리후생비를 올려주는 경우가 종종 적발된다”며 “기관도 기관장도 주인이 아니다 보니 사장이 새로 취임하면 강성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뒤로 협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석탄공사의 경우 지난해 임금협상에서는 정부의 지침인 3.9%를 지켰다. 하지만 그간 누적돼온 초과인상률 4%포인트가 문제였다. 과거 정부의 지침을 벗어나 마음대로 올린 부분을 해소할 때까지 총인건비 인상률은 누적으로 반영된다. 광산안전관리사업 부문에서는 지난해 장성탄광에서 갱도 내 가스 폭발 사고로 3명이 숨진 것이 점수를 크게 떨어뜨렸다. 기관장 리더십 부문도 D+ 등급을 받았다.



 경영평가 비계량 부문 총괄간사를 맡은 동국대 곽채기(행정학) 교수는 “매년 1000억원대의 당기 순손실로 부채비율이 계속 증가하면서 8000억원에 가까운 자본잠식 상태인데도 기관장이 자구 노력을 하지 않은 점도 심각한 문제”라고 평했다. 이에 대해 석탄공사의 유승철 홍보실장은 “지난해 과거 누적되어 온 초과인상률 중 1.2%포인트를 줄이고, 동절기 연탄수급 안정과 손익 개선 등을 위해 나름대로 자구노력을 했는데 이런 부분이 평가결과에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를 보면 ‘복마전’같은 석탄공사의 현실이 훤히 드러난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 총 12건이 지적됐다. 공기업 평가에 들어간 광산사고와 정부지침을 무시한 임금인상 외에도 직원 방한복 구입 때 3차례에 나눠 수의계약을 하다 적발된 사례, 연구소장이 4억5000만 원짜리 허위 구매 계약을 하다 들통난 기술개발사업비 횡령 사건, 직원이 사택 5채의 내벽을 허물어 15년째 태권도장을 운영하거나 10년간 사택 임대료를 내지 않고 도주한 사건, 몽골 탄광 개발에 무리하게 나섰다가 포기한 사례 등이 그것이다.



 사실 석탄공사의 역사를 살펴보면 눈물겹다. 1988년 520만t의 석탄을 생산해 2133억원의 매출을 일으키고, 종업원만도 1만3000명에 이르던 거대 공기업이 1980년대 이후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지난해 110만t 생산에 종업원 1700명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때 서울 여의도에 5층 규모의 자체 건물을 가지고 있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 때 사옥을 매각한 뒤 증권거래소 건물에서 더부살이를 해야 했다. 이후 2003년 서울 수색동의 연탄저장시설 옆 관리동으로 이사 갔다가, 2007년 의정부로 다시 밀려나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석탄공사는 전성기 시절 전국에 9곳의 탄광을 보유했지만 현재는 강원도 태백, 삼척 도계, 전남 화순 등 세 곳의 탄광만이 남았다. 이곳에서 연 110만t의 무연탄을 생산, 이 중 100만t을 전국 50여 개 연탄공장으로 보내고, 나머지 10만t을 화력발전소용으로 쓰고 있다.



 석탄공사를 바라보는 정부의 입장은 부처마다 다르다. 정부의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매년 1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기업은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계에 이른 공기업은 정리를 하든지 아니면 최소한 역할을 바꿔서 재탄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장은 다분히 온정적이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도 서민연료인 연탄 수요가 연간 160t에 달하는 데다, 그간 국가발전에 기여했던 탄광근로자들의 공을 생각해볼 때 경영상황이 나쁘고 한계산업으로 몰렸다고 해서 문을 닫을 수는 없는 노롯”이라며 “출구전략을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등 묘수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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