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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 미국 이민사 첫 여성 한인회장 "모국, 동포 인재들 잠재력 활용해야"

중앙일보 2013.06.19 01:55 종합 6면 지면보기
18일 개막한 2013 세계한인회장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최승식 기자]


이정순(64) 제25대 미주한인회총연합회장 당선자는 110년 미국 이민 역사상 이 지역 한인회 사상 첫 여성 회장이다. 1977년 출범한 미주한인회총연합회는 250만 재미동포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산하에 8개 광역연합회와 160개 지부로 구성돼 있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가 출범하던 해(77년) 미국으로 건너온 그는 36년 만에 미주 교민조직의 대표가 됐다. 이 당선자는 “처음엔 의식하지 못했는데 각계에서 여성 회장이라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을 보니 박근혜 대통령의 덕을 보는 듯하다”며 “미국도 배출하지 못한 여성 대통령을 대한민국이 배출해 미주 동포사회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세계한인회장대회 참석한 이정순씨



70년대 신민당 부녀부장 … “정치인 꿈꿨죠”



18일 오후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개막한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이정순 미주한인회총연합회장. 이 회장은 지난달 미주지역 최초로 여성 한인회장으로 선출됐다. [김형수 기자]
 지난 5월 18일(현지시간) 한인회연합회장으로 선출된 그는 7월부터 2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18일 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재외동포재단(조규형 이사장) 주최로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개막한 세계한인회장대회(18~21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만났다. 다음은 문답.



 - 남성들이 주도해 온 교민사회에서 여성 회장이 된 비결은.



 “어느 한쪽에 휩쓸리지 않고 남의 말을 잘 들으려고 노력했다. 공감해 주고 끝까지 들어주는 경청의 리더십이 여성의 장점이다.”



 이 당선자는 77년 재미동포이던 남편을 만나 5월에 결혼하고 11월 샌프란시스코로 이민을 갔다. 대전여고를 졸업한 그는 신도환 의원 비서관, 신민당 부녀부장으로도 활동했고 주한 말레이시아대사관에서도 잠시 근무했다. 그는 “정치인이 돼 돌아오고 싶다”는 꿈을 꾸며 이민을 떠났다고 한다.



 - 이민 초기 어려움도 적지 않았을 텐데.



 “미국 생활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가정과 일을 병행하면서 어렵게 현지에 정착했다. 식료품과 주류판매점을 운영했다. 80년대엔 커피숍을 운영하다 망했다. 90년대엔 한국과 기계류 사업을 추진하다 실패했다. 집을 지어 팔기도 했다. 부동산중개업을 10년 정도 했다.”



77년 이민, 사업 실패 거듭하다 재기



 실패도 많았지만 부동산중개업과 주류판매점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안정을 찾은 그는 미국 이민 22년째인 99년에 샌프란시스코 한인회 첫 여성 회장을 맡기 시작했다. 사업을 하면서 쌓은 인맥이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이후 14년간 한인회 활동을 왕성하게 해 나갔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샌프란시스코 협의회장,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수석부이사장을 두루 역임했다.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미국 서부담당관도 맡고 있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장으론 단독 입후보했는데 만장일치로 추인을 받았다고 한다.



 - 지금까지 회장선거 때면 갈등이 심했는데.



 “그렇다. 선거만 하면 패가 갈려 싸웠다. 다행히 이번에는 경선이 치러지지 않아 다툼은 없었다.”



 -여성 회장으로서 앞으로 역점을 둘 사안은.



 “내가 거주하는 샌프란시스코는 중국계가 시장에 당선되면서 중국인들이 큰 혜택을 받고 있다. 우리도 1.5~2세대 정치 지망생들을 적극 후원해 미국 주류사회 진출을 도울 생각이다. 미국 정치는 주고받는 것이 분명하다. ‘내가 당신을 지지하면 당신은 한인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식이다. 이를 철저히 활용할 계획이다.”



한인 정치 지망생 미국 주류 진출 도울 것



 - 박 대통령은 한민족 네트워크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에 우리 사회가 여성의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처럼 아직도 모국은 재미동포 사회의 인재들과 그들의 잠재력을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지원도 해 줘야 한다. 차세대 인재 발굴과 인력 지원 시스템 등 다양하고 실질적인 협력체계를 한국 정부와 함께 구축하는 일에 나서려고 한다. 새 정부가 표방하는 ‘창조경제’ 실현에도 협력할 계획이다.”



 -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사태를 어떻게 보나.



 “그분이 가진 탁월한 능력을 모국이 필요로 했으면 그 점을 살려 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 인재를 매장시키는 사회 분위기에서 누가 귀국해 자신의 능력을 모국에 바치려 하겠나.”



 이날 박 대통령은 개회식 축사를 통해 ‘글로벌 한민족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앞으로 세계와 당당하게 겨룰 수 있는 강력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앞으로 정부는 ‘글로벌 한민족 네트워크’를 확충해 재외동포들의 역량을 결집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글=장세정 기자

사진=최승식·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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