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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대법 판결도 헌소 허용을" … 대법 "4심제 요구 발상"

중앙일보 2013.06.19 01:41 종합 12면 지면보기
대한민국 최고 법원은 어디인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최고 법원 위상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공식의견서 국회 제출 논란
대법 "헌법에 어긋난다" 반발
헌재 "국민 기본권 보장 취지"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憲法訴願) 대상이니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해 달라”는 취지의 헌법재판소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헌재는 또 한정위헌 결정 등 헌재 결정에 대한 기속력(결정의 효력)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헌법상 최종 판결을 내리는 대법원은 3심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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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재 요구는 대법원 판결을 재심의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는 얘기다. 사실상 헌재를 대법원 위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헌법재판소법 68조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헌재는 ‘재판에 대한 헌법 소원’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 공권력을 통제 대상으로 하는 헌법소원제도에서 사법권만 제외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헌재 관계자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라며 “재판소원을 허용하면 대법원·헌재 간 갈등도 사라져 국민에게도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헌재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예견된 것이었다. 헌재는 2011년 12월 인터넷을 통한 사전선거운동 금지의 근거가 된 선거법 조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사안이었다. 지난해 6월에도 대법원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GS칼텍스의 법인세 부과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GS칼텍스는 이 결정을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서울고법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12월엔 준(準)공무원의 형법상 뇌물죄 적용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며 “한정위헌 청구는 적법하다”고 명시했다. 한정위헌이란 ‘법을 ~로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며 법 해석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는 것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헌재는 1988년 출범 직후부터 한정위헌 등 ‘변형결정(단순 위헌·합헌이 아닌 조건부 결정)’을 내려왔지만 이를 전제로 한 헌법소원 청구는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가 24년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대법원은 반발하고 나섰다. 법의 최종 해석 권한은 대법원에, 법의 위헌심판 권한은 헌법재판소에 두고 있는 현행 헌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판소원을 허용하면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내린 사안에 대해 헌재가 다시 판단하게 돼 사실상 4심제나 다름없다”며 “대법원과 헌재 기능을 분리한 헌법 체계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헌재 한정위헌 결정에 대한 효력 인정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같은 맥락에서 반대한다. 대법원은 96년 이후 헌재가 변형결정을 내리더라도 재심 사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재심에서도 대부분 기존 판결을 유지해 왔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이란 명목하에 법원에 법률의 해석 또는 적용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따르도록 기속하는 것은 헌법상 권력분립 원리에 반하고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낙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법원이 헌재의 변형결정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옳다”며 “대법원 판결도 중대한 잘못이 있을 수 있는 만큼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두 헌법기관이 서로의 판단을 존중해 3심제 원칙을 유지하되 엄격한 요건하에서 제한적으로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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