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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신문고] 제품 3만 개 주문 돌연 취소 … 피해 조정 받을 길 있다

중앙일보 2013.06.19 01:31 종합 15면 지면보기
서울에서 가죽제품 제조업을 하는 이가온(43·여·화곡동)씨는 지난 4월 A업체로부터 휴대전화 케이스 3만2400개를 제작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하지만 A업체는 2주 뒤 주문을 갑자기 취소했다. 완성한 1만여 개의 케이스를 넘긴 뒤 나머지 작업을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씨는 “이미 납품한 물품값(1380만원)이라도 달라”고 요구했지만 A업체는 300만원만 지급했다. 불량품이 많이 나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씨는 “원청업체가 부당한 이유를 들어 주문을 취소하거나 대금을 떼먹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원청업체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본지에 e메일을 보내왔다.


불량 많다며 납품 거부 원청업체, 대처방법 없나 - 화곡동 이가온씨



상당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이씨와 같은 고민을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1년 5만7000개 제조업종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절반이 넘는(60.8%) 중소기업이 부당 주문 취소나 대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 등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상당수는 피해를 드러내지 않는다. 문제를 제기하면 거래가 끊길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 절차와 방법을 잘 알지 못하는 탓도 있다. 이 같은 어려움이 생겼을 때 먼저 찾아야 할 곳은 공정거래위원회, 한국공정거래조정원, 한국공정경쟁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건설협회(건설업종만 해당) 등 5곳이다. 이곳에 마련된 분쟁조정협의회에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불공정 행위를 신고하는 것이다. 단 거래가 끝난 뒤 3년이 지나지 않은 건에 대해서만 신고할 수 있다.



 이후 협의회에선 양측 거래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 조정안을 마련해 제시한다. 지난해의 경우 이 단계에서 절반이 넘는(58.7%) 사람들이 조정에 성공했다. 생산 도중에 원자재 가격이 인상돼 원청업체에 단가 인상을 요구했던 한 부품업체는 조정을 통해 3억여원을 더 받기도 했다.



 약 2개월간의 조정 기간이 지나도록 양측이 합의하지 못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 법 위반 사항을 확인하고 경고나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을 내린다. 사안에 따라 검찰에 고발하기도 한다. 공정위의 처분에 이의가 있다면 30일 이내에 재심사를 요구할 수 있다.



 물론 본인이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해 피해를 구제받는 방법도 있다. 올해 11월부터는 부당 단가 인하와 발주 취소, 반품 행위 등에 대해 최대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개정된 하도급법이 시행된다. 조정협의회나 공정위를 거치는 쪽과 달리 비용이 들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면으로 된 주문발주서 등 근거 서류를 받아두는 것이 좋다. 주문량이 많은 경우에 구두 주문만 믿었다가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동반성장실장은 “하청업체가 전문 지식이나 인력을 갖춘 원청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승소할 확률이 높지 않은 편”이라며 “상대 업체에서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면 조정을 하는 것을 가장 먼저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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