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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값 5배, 공임 2배 외제차 스쳐도 '헉'

중앙일보 2013.06.19 01:28 종합 16면 지면보기
지난 15일 대구시 이현동의 한 정비공장에서 펜더 부위가 파손된 렉서스 ES350 차주와 정비사가 수리할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12일 오전 2시45분쯤 경북 구미시 임수동. 국산 경차 ‘모닝’(998cc) 운전자 김모(22·대학생)씨가 신호 대기 중인 외제차 ‘벤츠 E클래스’(2997cc)의 운전석 문짝 일부와 타이어를 덮은 부분(펜더) 일부를 긁었다. 놀란 김씨가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는 벤츠 운전자가 뒤쫓자 급하게 코너를 돌다 미끄러지면서 전복됐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은 “대학생이다 보니 외제차 수리비 부담을 의식해 도주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수리비, 국산의 3.1배 폭리
벤츠와 사고 낸 경차 운전자
도주하다 전복사고 사망도



 피해 차량인 벤츠 E클래스는 2008년 모델로 당시 새 차 값은 8490만원이었다. 등록비와 취득세를 내고 번호판을 달면 9000만원을 훌쩍 넘었다. 반면 김씨의 차량과 같은 모닝(2008년식)은 신차 값이 옵션에 따라 692만~1053만원이었다. 1000cc 미만의 경차여서 등록비도 없었다.



 자동차정비업계는 벤츠의 수리비를 600만원 정도로 추산했다. 김씨의 모닝 차량 가격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서민들이 길거리의 외제차를 ‘공포의 대상’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벤츠 서비스센터 등에 따르면 벤츠는 휘어지거나 긁힌 차량 외판을 불에 달군 기계로 펴 복원하는 ‘판금’을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일반 차량에 쓰는 강판 외에 알루미늄으로 된 부분이 있어서다. 판금이 가능해도 완벽한 수리를 위해 운전자들이 꺼리는 것도 이유다. 결국 새 부품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사고 차량의 운전석 문짝(250여 만원)과 펜더(150여 만원)를 수리하면 400여 만원이 든다. 여기에다 수리 기간 동급차종의 차량을 빌려 주어야 한다. 벤츠 E클래스의 하루 렌트비는 35만원 선. 일반적 수리기간인 5일을 기준으로 하면 전체 비용이 600만원에 육박한다. 국산 차량의 수리비는 어느 정도 될까. 벤츠 E클래스와 같은 3000cc급 그랜저의 경우 문짝과 펜더를 판금해 수리하면 60만원 정도가 든다. 부품을 교체한다 해도 100만원(문짝 60여 만원, 펜더 40여 만원) 정도면 가능하다. 5일간 렌트비(하루 15만원)까지 더해도 200만원이 채 들지 않는다.



 외제차 수리비가 국산차보다 비싼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전문가들은 우선 외제차 수입 업체의 부품 독점 공급을 원인으로 든다. 한 외제차 딜러는 “외제차 수입업체가 관세를 물고 부품을 들여온 뒤 가격을 매겨 팔면 그게 바로 국내 부품값의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정비업체가 받는 공임이 국산차보다 비싸다는 점도 있다. 수리차량이 적은 데다 외제차라는 점을 내세워 공임을 두 배 이상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 BMW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2000cc급 BMW 320 차량의 엔진오일을 교환하면 12만∼15만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는 평균 5만원 남짓의 공임이 포함돼 있다. 같은 2000cc급 국산차 기아 K5는 5만2000원(공임 1만6000원 포함)만 내면 엔진오일을 교환할 수 있다.



 보험개발원이 2011년 교통사고 보험금 지급 내역을 분석한 결과 외제차 부품값은 국산차에 비해 평균 5.4배, 공임은 평균 2.2배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총 수리비도 외제차가 국산차에 비해 3.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희(51·여) 자동차10년타기운동본부 간사는 “서민들에게 값비싼 외제차는 공포의 대상”이라며 “부품값을 투명하게 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의식해 공정거래위원회와 보험업계도 나섰다. 공정위는 외제차 딜러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손해보험협회는 외제차 부품 가격과 수리비의 적정성을 따지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국회에서도 외제차 수리비의 폭리 근절을 위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등 두 가지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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