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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천 50~100m마다 3000만원짜리 징검다리

중앙일보 2013.06.19 01:22 종합 16면 지면보기
전주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은 2016년까지 총 370억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징검다리·체육시설을 50~100m마다 설치하고, 천변 진출입로를 중복 개설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e편한세상 아파트 주변은 산책 코스로 사랑을 받는다. 전주천과 삼천이 만나는 지점이라 산책이나 운동을 즐기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인근 천변에는 ‘노젓기운동’ ‘등허리지압기’ 등 생활헬스형 체육기구, 철봉과 윗몸일으키기 받침대 같은 체육시설이 3~4곳이나 마련돼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달째 ‘위험, 접근금지’ 줄이 쳐져 있고, ‘안전제일’이라고 적힌 통행금지 표지판이 서 있다. 산책로와 천변의 풀숲은 파헤쳐지고, 철봉 등 운동기구는 뿌리가 뽑힌 채 한쪽에 방치돼 있다.


하천 정비사업 예산낭비 논란
일부 지역 진출입로가 2~3개
50m마다 수백만원 체육시설
멀쩡한 보도블록 뜯기도 일쑤

 주변 아파트에 사는 교수 이모(52)씨는 “설치한 지 2~3년밖에 안 된 체육시설을 마구 뜯어내는가 하면 아파트 피트니스센터 옆에 음악회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미니 무대를 코앞에 또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을 저렇게 낭비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주천의 ‘고향의 강 정비사업’을 놓고 예산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전주시가 2016년까지 진행하는 사업은 전체 공사비가 370억원(국비 220억원 및 도비·시비 각각 75억원)에 이른다. 동서학동~서신동 9.8㎞ 구간에 설치된 6개의 콘크리트 보를 철거하고 산책로 개선, 호안 자연석 쌓기 공사 등을 한다. 관리자는 전주시의 임종거 재난안전과장, 김천환 건설교통국장 등이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사업은 전주천의 양쪽 산책로에 13억원을 들여 투수콘을 깔고 있다. 덕진동 쪽의 산책로는 폭을 3m로 늘리는 확장작업을 병행한다. 이를 위해 전주시는 여름 장마 등을 거치면서 거의 매년 교체하고 보완해 멀쩡한 폭 2m의 보도 블록을 마구잡이로 걷어내고 있다.



 차도에서 천변으로 내려가는 진출입로를 남발하는 것도 문제다. 사람·자전거가 함께 다니는 길이 있는데도 바로 옆에 700만~800만원씩 들여 보행자용 계단을 또 조성하는 곳이 많다. 이 때문에 교량의 좌우는 물론 e편한세상 등 일부 아파트 주변은 천변 진출입로가 2~3개씩 중복돼 있다. 전주천변에는 또 개당 100만~200만원씩 하는 운동기구가 50m마다 적은 곳은 3~5기, 많은 곳은 10여 기씩 설치돼 있다.



 이와 함께 전주시는 “시민 불편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하천의 징검다리를 아파트 단지 주변마다 놓고 있다. 한 곳당 설치 비용이 3000만원이나 드는 징검다리가 교량까지 포함할 경우 50~100m마다 하나씩 놓여 있다.



 전주천은 2002년 120억원을 들여 생태하천으로 조성됐다. 전국 최고의 자연형 하천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양재천(3.7㎞)의 경우 징검다리는 300~400m마다 1개, 체육시설은 하천 양쪽에 7곳(59기)이 있어 평균 1㎞에 1개가 있는 셈이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사무처장은 “전주천은 자연형 하천으로 이미 안정화된 상태라 더 이상 손댈 필요가 없는데, ‘국가가 준 예산을 반납하면 우리만 손해’라는 논리에 밀려 대규모 공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 임종거 과장은 “생태하천협의회와 토론회를 거쳐 전주천 개선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체육시설·징검다리는 아파트 주민들마다 설치를 요구해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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