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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중국의 부상,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중앙일보 2013.06.19 00:11 종합 28면 지면보기
[일러스트=박용석]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오늘날 국제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미해결 문제가 있다. 세계는 중국의 부상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차세대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는 이 문제에 답하는 방식에 좌우될 것이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한 세기 반 동안 국제관계를 공부하는 방식이 냉전에 의해 결정됐던 것과 마찬가지다.



 오바마 정부는 시진핑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이 문제에 접근을 시도했다. 회담은 캘리포니아주 서니랜즈에서 1주일여 전에 열렸다. 백악관 집무실에서 45분간 열리는(실제로는 언제나 1시간 넘게 이어진다) 통상의 정상회담과 사뭇 다른 형태였다. 통상의 백악관 회담 뒤에는 좀 더 규모가 큰 내각 각료 간 회담이 이어지고 그 뒤에 회의를 겸한 점심식사를 하는 게 관례다. 이와 달리 이번 행사는 이틀에 걸쳐 벌어졌고 대화는 원고 없이 즉흥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다. 두 정상은 세 차례 회담을 했다. 금요일 늦은 오후에 시작된 첫 회담은 규모가 큰 전략 이슈를 주제로 했다. 두 번째 회담은 저녁을 먹으면서 진행됐는데 구체적인 정치 이슈에 초점을 맞췄다. 이튿날 아침에 열린 마지막 회담은 경제문제에 집중됐다. 회담 사이사이에 두 정상은 인근의 구릉지를 오랫동안 함께 산책하면서 개인적 유대와 신뢰를 쌓도록 되어 있었다.



 한국이나 일본 같은 맹방들은 미국이 왜 이처럼 파격적인 방식으로 정상회담을 하는지를 궁금해할 수 있다. 회의주의자들은 이를 두고 미국이 얼마나 필사적으로 중국의 협조를 원하는지를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언론은 이를 2강(强)이나 G2로 표현하고 싶어 한다. 어쨌든 8시간에 걸친 정상회담은 최근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나 아베 총리에게는 예약되지 않은 것이었다. 과연 미국은 중국과 권력을 공동관리하자는 협약을 맺고 싶어 하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은 중국을 다루는 방식의 모델을 찾고 있다는 것이 사태의 진상이다. 미국은 일본이나 한국과 관련해서는 관계의 틀을 지니고 있다. 양자와의 동맹은 유서 깊은 것이며 서로가 상대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기본 틀이 존재한다. 때로는 서로 견해가 다른 경우가 생기겠지만 그때도 우리는 알고 있다. 이 같은 의견불일치가 좀 더 커다란 동맹의 틀이라는 맥락 속에서 존재하며 이 틀이 서로의 반응을 규정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중국에 관해서는 이 같은 틀이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은 우리의 맹방이 아니다. 그리고 적도 아니다. 아시아는 두 강대국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미국은 알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과의 적대관계를 원치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양국이 협력관계, 다시 말해 동맹국인 한국·호주·일본과 같은 관계를 맺기 어렵다는 사실도 미국은 알고 있다. 따라서 서니랜즈에서 8시간에 걸쳐 진행된 회담의 목적 중 하나는 미래를 위한 양국관계의 새 모델이 어떤 것이어야 하느냐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이 모델은 향후 10년간 중국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시진핑 주석과 관련이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얼마나 성공했을까?



 미국 관리들은 이번 회담을 두 정상 간의 훌륭한 “첫 데이트”였다고 설명했지만 미·중 관계의 새로운 틀에 대한 발표는 없었다. 오바마 정부는 ‘전략적 보증’에 계속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것이 제시하는 메시지는 본질적으로 두 건이다. 1)미국은 중국과의 적대관계를 원치 않는다는 것을 중국에 분명하게 알린다. 2)두 강대국은 서로 깊은 상호의존 관계에 있다는 테마와 미국은 중국과 기꺼이 협력할 용의가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



 이 같은 논의의 성과는 분명치 않다. 한편으로 볼 때, 그 같은 대화에 중국이 기꺼이 참여하고 싶어 한다는 것은 긍정적 신호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이 이틀간에 걸친 회담을 문서화된 장황한 논점들로 가득 채우려 했다는 사실은 미국이 의도한 회담의 목적을 좌절시키는 것이었다. 미국이 원하는 미·중 관계의 모델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기후변화, 핵 비확산, 저개발국 원조, 세계경제의 불균형 해소 등 공적인 문제에서 규칙을 준수하고 정당한 몫의 기여를 한다. 이에 비해 중국이 원하는 모델은 미국(그리고 전 세계)이 중국의 이익을 존중하며 워싱턴과 베이징이 서로 상대의 요구와 필요를 수용한다는 것이다. 후자는 권력 공유 모델, 진정한 G2에 가까운 것으로서 지역의 다른 구성원들의 요구와는 맞지 않을 터이다.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은 해당 정권의 행태에 좌절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꺼이 대외적으로 나타내려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시진핑은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점과 2005년 6자회담의 공동성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성명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판에 박힌 이 같은 성명의 배후에 오바마와 시진핑의 진정한 대화가 있었기를 바란다. 한반도의 미래, 그리고 북한 내부에 정치적 단절이 생길 경우의 만일의 사태에 대한 논의 말이다. 이런 유형의 대화는 설사 실제로 이뤄졌다 해도 대중에 공개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해 가장 긍정적인 신호는 서니랜즈에서 중국 측이 발표한 견해였다. 베이징이 북한 문제를 자국의 안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틀에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과거엔 사용하지 않던 용어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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