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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서 금 일궈 탁구 열정 위해 타 지역서 전학

중앙일보 2013.06.18 03:30 4면 지면보기
천안 용곡초등학교 홍순수(왼쪽)·이승미양, 천안 성환초등학교 정운서(오른쪽)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국소년체전 탁구 우승 용곡초 이승미·홍순수양, 성환초 정운서군

제42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천안 남녀 학생팀이 나란히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천안 용곡초등학교 여자 탁구부가 단체 우승을 거머쥔 데 이어 성환초등학교 남자 탁구부까지 우승을 차지하며 동반 우승을 이끌어 낸 것.



이번 남녀 동반 우승은 천안 탁구계가 30년 만에 일궈낸 값진 기록이어서 지역 체육계에서도 천안 탁구의 중흥기가 왔다며 환영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용곡초 이승미(6학년)양과 성환초 정운서(6학년)군은 각각 남녀 최우수 선수로 뽑히면서 명실공히 천안 탁구가 전국 최강임을 입증했다



이번 소년체전에서 여초부 단체 우승의 주역으로 떠오른 이승미양은 전 경기를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퍼펙트한 게임을 펼쳐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양은 중·고등학교 선수들도 울고 갈 만큼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며 우승을 이끌었지만 남모를 아픔 속에 실력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져 감동까지 선사하고 있다.



 어릴 적 부모의 이혼으로 언니와 함께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이양은 교회를 다니면서 취미 삼아 탁구를 배우던 중 인근 초등학교 탁구부 감독의 눈에 띄어 2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매일 반복되는 고된 훈련이 힘겨웠을 법도 한데 이양은 싫은 내색 없이 탁구로 하루를 시작해 탁구로 하루를 마무리 할 만큼 열정적으로 운동에 몰입했다고 한다. 이양이 이처럼 힘든 훈련을 웃으면서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랑하는 할머니 때문이다.



 “할머니의 일용직 소득과 약간의 기초수급비로 생활하고 있어서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요. 그래서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훌륭한 국가대표 탁구 선수가 되어 고생하시는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요.”



파트너이자 경쟁자 친구와 웃으면서 훈련



뛰어난 실력과 바른 인성을 갖춘 이양은 제67회 종합탁구선수권대회에서도 중·고등학교 선수들과 겨뤄 승리하는 등 한국 탁구의 거목이 되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따내며 전국 랭킹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양이지만 단 한 명, 힘겨운 적수가 있다. 같은 학교 친구이자 이번 소년체전에서 종합우승을 함께 일궈낸 홍순수(6학년)양이 바로 주인공이다. 홍양은 지난해 소년체전에서 최우수 선수에 선발됐지만 이번 대회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이양에게 최우수 선수 타이틀을 넘겨줘야 했다. 이양은 홍양이 가장 무서운 적수이자 가장 친한 친구라고 소개했다.



 “순수는 최고의 파트너이자 경쟁자인 친구예요. 다른 사람들은 다 이길 자신이 있는데 이상하게 순수와 경기를 하게 되면 지는 경우가 많아요.(웃음) 그래서 현재 순수가 전국 1위고 저는 2위예요. 하지만 순수가 있어 항상 든든해요.”



 홍양 역시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항상 밝고 용기를 잃지 않는 모습으로 고된 훈련을 이겨 내고 있다. 특히 홍양은 수많은 우승에도 결코 자만하지 않는 자세로 학년별 랭킹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을 만큼 성실한 선수로 알려져 있다. 이양과 함께 국가대표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홍양 역시 이양을 둘도 없는 친구로 손꼽았다.



 “승미는 중·고등학교 언니들도 무서워할 정도로 차분히 경기를 이끌어가는 스타일이예요. 운이 좋아 제가 지금은 랭킹 1위지만 승미라면 언제든 1위를 빼앗을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저도 승미에게 1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거예요. 그래서 같이 국가대표가 되어 국제 무대에 서고 싶어요.”



 이양과 홍양의 아름다운 경쟁에 대해 용곡초 김동신 교장은 “승미와 순수는 공통점이 많다. 두 학생 모두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힘겨운 학교 생활을 하고 있지만 늘 밝고 성실한 자세로 학교 생활에 임하고 있어 훌륭한 탁구 선수를 떠나 모든 교직원들과 친구들이 사랑하는 학생들”이라며 “지금은 비록 열악한 상황에서 고된 훈련을 받으며 실력을 키워가고 있지만 지금의 힘든 상황이 나중에는 큰 힘이 되어 한국을 빛내는 최고의 탁구 선수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운동뿐 아니라 공부도 열심히 하는 모범생



이번 소년체전 남자부 우승의 주역인 성환초 정운서군 역시 탁구 때문에 전라도에서 천안으로 전학을 올 만큼 열정적인 탁구 꿈나무다. 특히 정군은 2003년 이후 전국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하며 한동안 침체돼 있던 성환초에 종합우승을 안겨 탁구 명문교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도록 했다.



 2003년 성환초 교사로 재직 당시 금메달 따는 모습을 본 뒤 10년 만에 교장으로 부임해 다시 한번 금메달의 기쁨을 맛 보게 됐다는 안병순 교장은 정군이 탁구 명문인 성환초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게 했다며 기뻐했다.



 “운서 가족은 운서가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온 가족이 천안으로 이사 올 정도로 적극적인 뒷바라지를 하고 있습니다. 운서 역시 평소에 성실한 자세로 훈련에 임하고 있어 비록 작은 체구지만 경기를 할 때면 강인한 정신력과 집중력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며 경기를 펼칩니다. 또 운동뿐 아니라 공부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많은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 성환초는 지난 10년간 매년 소년체전에서 4강권에는 들었지만 우승을 따내지 못해 분위기가 다소 침체돼 있었지만 이번 소년체전 남자 초등부에서 종합우승을 따내며 천안은 물론, 충남 탁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정군은 “성환초 출신 선배이자 현재 국가대표인 김민석 선수를 롤모델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며 “앞으로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것은 물론, 은퇴한 후에도 훌륭한 선수를 양성할 수 있는 국가대표 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소년체전에서 7경기 전승을 거두며 탁구 초등부 남녀 우승을 이끈 이승미(전 세트 승리)·홍순수양과 정운서군은 각각 용곡중학교와 천안중학교로 진학해 탁구 국가대표의 꿈을 키워나갈 예정이다.



글·사진=최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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