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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고건의 공인 50년<86> 쓰레기 과장과 쓰레기 시장

중앙일보 2013.06.18 00:15 종합 23면 지면보기
1990년 4월 10일 서울 봉천동에서 고건 서울시장(가운데)이 쓰레기 수거용 리어카를 직접 끌어보고 있다. [사진 고건 전 총리]


1980년대 후반 서울시민의 생활 수준도 높아졌고 덩달아 쓰레기 배출량도 빠르게 늘었다. 78년부터 서울시 전용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한 난지도 역시 포화 상태로 가고 있었다. 쓰레기 양을 줄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도쿄 다녀온 김 과장 "쓰레기 감량 비법은 분리 수거"



 89년 11월 서울시 시민불편신고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재종 담당관을 불렀다. 그는 일하는 열정이 남달랐다. 청소1과장직을 맡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만났는데 불만 가득한 얼굴이었다.



 “시장님, ‘다른 자리도 많은데 하필 쓰레기 과장이냐’고 집사람까지 툴툴댑니다.”



 “아니, 무슨 소립니까. 당신이 쓰레기 과장이면 나도 쓰레기 시장이요. 쓰레기를 없애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데….”



 사실 나는 이때 ‘80년대 구시대 행정의 쓰레기를 치운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



 난 쓰레기 양을 줄이는 해법을 찾는데 골몰했다. 그 분야에서 최고 권위가 있다는 학자들을 모셔서 시장실에서 여러 번 회의도 했지만 묘수가 나오질 않았다. 한창 고민을 하고 있는데 김재종 과장이 제안을 했다.



 “시장님, 저를 일본에 보내주십시오. 지금 서울시민의 하루 쓰레기 배출량이 2.8㎏인데 일본은 1.2㎏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일본 도쿄의 쓰레기 정책은 우리보다 30년 앞서 있다고 합니다. 현장에 가서 비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좋은 생각이었고, 흔쾌히 허락했다.



 김 과장은 직원 두 명과 15일 동안 밤낮 가리지 않고 도쿄 시내를 다니며 시민들은 쓰레기를 어떻게 버리고 청소부들은 어떻게 쓰레기를 치우는지 관찰했다. 적환장(매립장에 가기 전 쓰레기를 모아두는 곳), 소각공장, 매립지로 이어지는 쓰레기 처리 시스템도 살펴봤다.



 일본에서 돌아온 김 과장은 “일본 도쿄 쓰레기 정책의 핵심은 분리 수거에 있다”고 보고했다.



 우리는 쓰레기 분리 수거의 초점을 재활용에 맞추기로 했다. 바로 쓰레기 정책 전문가, 시청 담당 공무원, 환경업체 대표와 시민단체 관계자를 모아 ‘쓰레기감량화대책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여기서 일반 쓰레기, 재활용품 두 가지로 나눠 수거하자는 안이 나왔다. 위원으로 참여한 김천주 대한주부클럽연합회장은 한발 더 나아가 “재활용품을 철제류·목제류·플라스틱류·병류 등으로 세분해 수거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분리 수거 시범 단지로 송파구 올림픽선수촌아파트를 선정했다. 처음엔 김장할 때 쓰는 빨간 고무통을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쭉 늘어놓고 분리 수거를 했다. 불편해하는 아파트 주민을 설득하는 일은 9개 여성단체에서 나서서 했다. 언론에서도 분리 수거 시범 사업을 앞다퉈 소개해줬다. 시범 사업이 실제 정책으로 정착하는데 여성단체와 언론의 도움이 정말 컸다.



 분리 수거 시책을 계기로 쓰레기 종량제 논의도 시작할 수 있었다. 90년 10월 시민단체·환경미화원·학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거쳐 쓰레기를 배출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결정하고 발표했다. 그 전엔 가족의 인원에 따라 쓰레기 수거료를 징수했었다. 하지만 환경미화원 노조의 요청에 따라 유예 기간을 뒀다. 쓰레기 종량제는 93년 서울에서 시행됐고 95년 전국으로 확대됐다. 20년 전 시작된 쓰레기 처리 시스템은 시민과 시청, 시민단체와 환경미화원이 함께 참여하고 협력해서 이뤄낼 수 있었다. 요즘 회자되는 ‘거버넌스(協治)’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정리=조현숙 기자





[이야기 속 인물] ‘현장주의자’ 김재종 전 과장

환경미화원들 생고생 눈물

아파트 쓰레기 투입구 없애




김재종
김재종(71) 전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을 17일 만났다. 청소1과장 , 행정관리국장 등을 역임했다. 고건 전 총리는 그를 ‘열정의 현장주의자’라고 칭한다. 그는 1급 공무원으로 정년 퇴임한 최초의 인물이다. “지금 서울시는 쓰레기 배출량에서나 분리 수거 등 처리 시스템에서나 일본 도쿄를 앞섰다. 뿌듯하다”고 그는 말했다.



 - 서울시에서 청소과장을 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더스트 슈트(dust shoot)’라고 각층 투입구를 통해 쓰레기를 던져 버리는 설비가 아파트마다 있었다. 악취가 심해졌고 민원도 많았다. 환경미화원들과 자주 술자리를 가졌는데 ‘더스트 슈트 때문에 맨 아래층 적하장에서 쓰레기를 치우다가 머리 위로 음식 쓰레기를 맞는 일이 허다하다. 냄새가 독해서 씻어도 지워지지 않아 가족과 한자리에 있기가 민망할 때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눈물이 나더라. 고 시장에게 건의해 복지회관과 목욕시설을 지어주기도 했다. 또 건설부에 신설 아파트에 쓰레기 투입구를 만들지 못하도록 요청했고 받아들여졌다. ”



 - 당시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의 폐쇄에 따른 후속 대책은 어떻게 진행했나.



 “서울·경기·인천이 함께 사용할 수도권 매립장을 조성하기 위해 서울시 등은 1989년 339억원을 들여 경기 검단지구 해안 매립지 약 2074만㎡를 동아건설로부터 매입했다. 이 매립지가 다시 포화 상태에 이르면 그 땅을 팔아 또 다른 매립지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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