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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사람 고소·고발 증가 우려 … 피해자 정보 유출 가능성도 커져

중앙일보 2013.06.18 01:33 종합 3면 지면보기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가 폐지되면서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하지 못해 처벌을 못하는 억울함은 많이 사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친고죄 폐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친고죄 폐지 이후 … 한계와 과제
수사기관·법원 인력도 증원해야

 40대 중반의 A씨(여)는 지난해 8월 교회 관계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신고를 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과정에서 더 큰 고통을 당했다. 기억하기조차 싫은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가해자와 대질신문까지 해야 했다. 또 매일 교회 신도들이 찾아와 괴롭혔다. 견디지 못한 A씨는 결국 석 달 만에 고소를 취하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신고율이 연 10%대에 머무르는 이유 중 하나가 신고 후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A씨처럼 본인이 각오를 하고 신고한 경우에도 힘든데, 앞으로 제3자 신고나 수사기관의 인지로 수사가 시작됐을 경우 원하지 않는 2차 피해가 늘 가능성이 있다. 이화영 한국 여성의 전화 성폭력상담소장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더 큰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피해자 정보에 대한 철저한 보호와 비공개 재판 의무화 등 관련 제도를 시급히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고한 사람에 대한 고소·고발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법원이 성폭력에 대한 인정 조건을 완화한 뒤 합의에 의한 관계를 갖고도 나중에 마음이 바뀌면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제3자 고발로 수사가 가능해지면 이런 사례가 더 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계에선 지나친 우려라고 반박한다. 지난해 법 개정안 발의를 주도한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은 “무고한 사람에 대한 고소·고발은 지금도 있는 문제며, 수사 과정에서 충분히 가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성범죄 사건을 처리하는 수사기관·법원에 과부하가 걸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성범죄 신고율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관련 인력·예산 증원에 대해 아직 뚜렷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지방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도 성범죄를 전담하는 부서는 2011년 신설한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가 유일하다. 인원이 부족해 비전문가에게 사건이 맡겨질 경우 그만큼 피해자 보호에 소홀해질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도 업무가 과중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인력 충원 없이 고소·고발 건이 집중되면 사건을 제때 처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처벌 강화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강력 성범죄가 터질 때마다 성범죄 예방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처벌을 강화하는 대안을 내놨다”며 “형량을 올린다고 해서 성폭력을 예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범죄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제3자의 고발이나 인지 수사를 할 수 있게 된 만큼 피해자 신상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화영 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장은 “개정안대로 시행한다면 제3자에 의한 피해자 신상 유출이 우려되는 만큼 피해자 정보를 더 잘 관리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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