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5년 뒤 걱정하며 의기투합한 '4·24 동기' 3인

중앙일보 2013.06.18 01:20 종합 6면 지면보기
4·24 재·보궐 선거에서 함께 당선된 새누리당 김무성(가운데)·이완구(오른쪽),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새누리당 중진인 김무성(62) 의원과 이완구(63) 의원, 무소속 안철수(51) 의원이 17일 ‘대방골’이란 국회 앞 남도음식점에서 점심을 같이했다. 세 사람은 4·24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4·24 동기’다. 소속 정당과 선수(先數)는 제각각이지만 세 사람 모두 정치적 무게감이 있는 거물들이어서 선거 때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었다. 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으로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로, 충남지사를 지내고 3선의 고지에 오른 이 의원은 JP(김종필 전 총리)의 뒤를 이을 충청권 맹주로 도약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던 안 의원은 대선 5개월여 만에 여의도에 입성했다.

김무성·이완구·안철수 특별한 점심



김 "정치 오래 하면 그 나물에 그 밥"



 점심식사를 제안한 건 5선의 김 의원이다. 그는 모임의 배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뭐 이유가 있나. 원래 재·보선으로 같이 (국회에) 온 의원끼리 식사도 하고 관심사도 나누는 게 관례지”라며 웃어넘겼다. 당초 약속시간은 낮 12시였지만 안 의원은 상임위(보건복지위) 일정 때문에 20분 늦게 식당에 도착했다.



 ▶안 의원=상임위 때문에 늦었습니다. 제가 첫 질의라서….



 ▶이 의원=배지 다니 기분이 어떠시냐.



 ▶안 의원=평생 처음 단다. 지역구에 갔더니 왜 배지 안 다느냐고 해서, 다는 게 주민들에 대한 예의구나 싶어서 달고 다닌다.



 ▶김 의원=안 의원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크다. 정치를 오래 한 사람들은 그 나물에 그 밥이 돼가지고 스스로 자각해서 바뀌기가 힘든데, 안 의원 같은 분이 국회에 새 바람을 만들어서 우리가 동참할 수 있게 해달라.



이 “보수·진보 부딪치는 개념 아니다”



 ▶이 의원=10년 전 내가 보수와 진보는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적 개념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안 의원이 ‘진보적 자유주의’를 얘기해서 재밌다고 생각했다. 새누리당하고도 정책적으로도 상당히 공통된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



 ▶김 의원=하하. 그런 부담 되는 얘기는 하지 말고….



 ▶안 의원=수요일(19일) 최장집 선생님(안 의원 싱크탱크 ‘내일’ 이사장)께서 주제발표를 한다. 참석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안, 토론회 초대하자 김·이 “가자”



 김·이 의원은 그자리에서 “같이 가자”고 의기투합했다. 1시간여 식사를 마친 뒤 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나라 걱정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의원이 대화 내용을 정리해 기자들에게 소개했다. 그는 “미래가 불안해 5년 뒤가 걱정인데,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새 국가 경영에 대한 패러다임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이런 문제는 정파를 떠나 검토돼야 한다는 데 서로 의견이 합치됐다”고 전했다. 또 “다음 모임은 안 의원이 호스트가 돼서 진전된 내용을 논의해 보자고 했다”며 “다음 번엔 (안 의원이 좋아하는) 순댓국집 같은 곳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해 당분간 모임이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 기자들 간 문답.



 - 안 의원한테 어떤 조언을 했나.



 “한 사람의 힘으로 국회를 변화시킬 수 없다. 따라서 새 정치라는 틀 속에서 선진적 정치를 하기 위해 뜻 있는 사람이 생각을 함께하고 뜻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



 - 안 의원은 뭐라고 했나.



 “아직은 잘 모르겠죠. 조금 더 있으면 본인도 느끼게 될 거다.”



 - 안 의원에게 정당을 만들라고 조언했나.



 “너무 과한 얘기죠. 정치색 짙은 얘기는 안 했다. 첫 미팅인데… 순수하게 연구하고 정파를 떠나서 하자고 했다.”



다음 점심은 순댓국집서 만나기로



 이날 세 사람의 회동은 정치권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각각의 향후 정치 행보는 물론 정치 판도 전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다. 앞서 이날 오전 진보정의당 조준호 공동대표도 “안 의원도 지난 대선 때부터 양당체제의 두꺼운 벽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 새 정치와 정치혁신의 내용들을 함께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했다.



 ◆"소주 회동하자고 한 적 없어”=안 의원은 이날 민주당 문재인 의원과의 ‘소주 회동’ 제안설에 대해 “(문 의원과) 만나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만 소주라는 단어를 쓴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트위터에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그대로 두다 보니 소소한 오해들이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글=이소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