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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알려주고, 실습 조작 … 보육교사 되기 너무 쉽다

중앙일보 2013.06.18 01:14 종합 8면 지면보기
“다들 어린이집 원장님 되셔야지요. 어린이집 차리면 내 남편, 내 아들 다 같이 일할 수 있고…, 꿈을 크게 가지세요.”


인성 검사도 없어 … 자격증 남발

 지난 11일 오후 8시 서울 남부지역의 한 보육교사교육원 강의실. 강사가 어린이집 안전 관리를 강의하고 있다. 수강생은 40여 명. 대부분 30∼40대 주부들이다. 책상에 엎드려 자는 수강생도 몇몇 눈에 띄었다. 어떤 사람은 뒷자리에서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다. 강사가 “인터넷 카페에 예상 시험문제를 올려놨다”며 기말고사를 안내한다. 강의실을 나오던 한 수강생은 “예상문제와 똑같이 나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육원은 보건복지부가 어린이집 보육교사 양성을 위탁한 곳으로 전국에 이런 시설이 72곳 있다. 1년 동안 실습 1과목을 포함해 25과목을 수강하면 3급 보육교사 자격증이 나온다. 최근에는 사이버대학과 평생교육원 등의 학점은행제 방식을 통해 자격증을 따는 게 더 인기다. 1년 남짓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 2급 자격증을 딸 수 있다. 1급이나 2급 자격증 취득 후 2년 실무경력을 쌓으면 어린이집을 열 수 있다.



 보육교사 자격증 취득이 쉬울까 어려울까. 본지가 21명의 보육교사를 심층 인터뷰했더니 12명이 ‘자격증을 쉽게 딴다’고 답했다. 2명은 주부들이 부업 삼아 따고, 1명은 정부가 자격증을 남발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3년간 사이버대학·학점은행 방식으로 자격증을 딴 사람이 급증했다.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학점은행제 방식 자격증 취득자가 2010년 1만6135명에서 지난해 2만7742명으로 늘었다.



 이 같은 방식의 자격증을 보완해 주는 제도가 현장실습(4주 160시간)이다. 서울 강남권 어린이집의 한 보육교사는 "지난해 우리한테 실습 나온 교육생이 ‘다른 곳은 시간 다 안 채워도 인정해 준다는데 편의를 봐 달라’고 얘기하더라”고 말했다. 보수교육도 허술하다. 인터넷으로 3년마다 40시간만 강의를 들으면 된다. 서울 양천구 5년차 교사인 최모(34)씨는 “ 이미 알고 있는 이론을 인터넷으로 다시 확인하는 수준이라서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보육교사 자격증을 딸 때 인성·적성 검사나 면접 등의 절차가 없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육아정책연구소 서문희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으로 형식적으로 보수교육을 할 게 아니라 대체교사를 채용함으로써 현장의 근무여건을 개선해야 보육교사들이 실질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신성식 선임기자, 이지영·고성표·장주영·강나현 기자



보육교사 20만 명 … 1년 교육 마치면 3급 자격증



◆보육교사=어린이집에서 영·유아를 돌보는 교사다. 보육교사로 일하려면 국가공인 자격증을 따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20만4946명이 보육교사 자격을 갖고 있다. 자격은 1~3급으로 나뉜다. 가장 낮은 3급은 고졸 이상 학력자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대학 평생교육원·보육교육원·사이버대학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교육훈련시설에서 일정 비용을 내고 양성교육과정(이론 975시간, 실습 160시간)을 수료하면 된다. 교육 기간은 1년이다. 2급 자격은 전문대 이상 졸업자가 정부가 인가한 인터넷 강의와 실습 1과목을 이수하면 나온다. 자격 취득 후 현장 경험 2년을 쌓으면 승급 교육(80시간) 후 1급 자격이 주어진다. 3급 자격자도 1년 현장 경험 후 승급 교육을 통해 2급으로 자격이 올라간다. 3급에서 1급까지 3년 만에 가능하다. 보육교사들은 3년마다 40시간씩 보수 교육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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