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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불편부당한 태도

중앙일보 2013.06.18 00:56 경제 10면 지면보기
정의의 여신상은 대개 두 눈을 가린 채 한 손엔 정의의 기준을 형상화한 저울을 들고 있고, 다른 한 손엔 엄정한 심판을 상징하는 검을 쥐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눈가리개를 한 것은 지위·외모·재산 등과 상관없이 ‘불편부당하지 않은 태도’를 굳게 지킨다는 뜻을 품고 있다.



 정의의 여신상이 눈을 가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 ‘불편부당하지 않은 태도’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설명은 적절할까?



 정의의 여신상이 눈을 가린 것은 선입견을 갖지 않고 공정함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므로 ‘불편부당한 태도’로 바루어야 의미가 통한다. ‘불편부당하다’는 아주 공평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불편부당하지 않은 태도’라고 하면 공평하지 않아 어느 한편으로 치우친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 된다. 많은 이가 ‘불편부당하다’를 ‘불공평하다’나 ‘부당하다’로 잘못 이해해 빚어진 오류다.



 부당(不當)하다는 ‘마땅할 당(當)’ 자를 써서 마땅하지 아니하다, 이치에 맞지 아니하다는 뜻을 나타내지만 불편부당(不偏不黨)하다의 경우 ‘치우칠 편(偏)’ ‘무리 당(黨)’ 자를 사용해 어떤 이념이나 어떤 편, 어떤 무리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도적 입장을 지킨다는 의미다. ‘무편무당(無偏無黨)하다’도 ‘불편부당하다’와 같은 뜻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재판과 법 집행은 불편부당하지 않아야 하며 각계계층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더욱 다가서야 한다” “불편부당한 일이 있어도 항의조차 하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와 같이 표현해선 안 된다. 각각 “재판과 법 집행은 공정해야 하며” “공정하지 않은 일이 있어도”란 의미가 되려면 “재판과 법 집행은 불편부당해야 하며” “불편부당하지 않은 일이 있어도”로 고쳐야 한다. 간혹 “불평부당한 자세를 견지해 달라”와 같이 ‘불편부당하다’를 ‘불평부당하다’로 잘못 쓰는 사람도 있다. ‘불편부당하다’를 ‘부당하다’처럼 ‘불평하다’와 연관 지어 생각한 결과로 보인다.



 ‘불편부당하다’란 어려운 한자말 대신 공정하다, 편들지 않다 등의 우리말로 순화해 쓰면 혼동할 염려가 없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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