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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개방, 개방" 소니도 변했는데 …

중앙일보 2013.06.18 00:55 경제 10면 지면보기
이지상
경제부문 기자
“가족들이 장애물 없이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메모리얼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소니의 신제품 기자간담회. 아담 보이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A) 미국법인 부사장은 “우리에게 늘 신선한 영감을 주는 창조적인 새 가족들”이라며 8곳의 소규모 게임 개발사를 소개했다. 이날 행사는 소니가 8년 만에 내놓은 차세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 4를 전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였다. ‘소니의 가족들’은 1인 개발자 기업부터 2D게임으로 잘 알려진 유명 독립개발사까지 다양했다. 1시간30분의 행사 중 이들을 소개하는 데만 20분 이상을 할애했다.



 전통의 정보기술(IT) 업체인 소니는 지난 몇 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젊은 소비자를 설레게 하는 디자인과 브랜드 파워는 애플에, 최신의 기술과 제품력은 삼성에, 콘텐트 확보 능력은 구글에 내줬다. ‘하드웨어 업체’ 소니는 어느새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다. 이 절박함 속에서 나온 것이 이번의 개방 정책이다.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클라우드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했고, 개발 환경도 완전히 열어놨다. 소니만의 독자 규격으로 폐쇄적인 플랫폼을 만들어놓고 “여기에 맞추라”고 요구했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보이스 부사장은 간담회에서 “우리가 생태계를 만들면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개발자들이 스스로 게임을 개발해 회사에 제안해온다”고 했다. 내 것만 고집하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벗어나 지금부터라도 생태계를 만들어 소니를 회생시켜 보겠다는 것이다.



 ‘개방하고 또 개방하라’. 소니의 변화는 창조경제가 화두인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벤처업체의 아이디어를 먹잇감으로만, 콘텐트 창작자를 ‘납품업자’로만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대형 IT기업, ‘창조경제’를 주창하면서도 소프트웨어의 힘을 믿지 않는 일부 정부부처 관료들, 성숙된 시장 속에서 다음 갈 곳을 잃어버린 국내 전자업체, 모두 소니의 움직임을 다시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이지상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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