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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칼럼] 누가 기업을 해외로 내모나

중앙일보 2013.06.18 00:53 경제 10면 지면보기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독일의 화학기업 바스프(BASF)가 지난 3월 전자소재사업의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홍콩에서 서울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전자소재 연구개발(R&D) 센터도 한국에 세운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투자금액이 생각만큼 많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언론들은 크게 다뤘다. 글로벌 기업이 어느 나라에 진출하고, 어디에 공장을 짓느냐는 이처럼 언제나 뉴스거리다. 몇 개든 일자리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든 고용 창출이 지상과제이고, 그것의 절대적 역할은 기업이 한다. 기업의 국적은 중요치 않다. 각국 정부마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청와대는 대기업들이 돈을 쌓아놓고도 투자를 안 한다며 불만을 제기하곤 한다. 재계는 외면하기 어려워 시늉을 낸다. 기존 계획을 재탕하거나 이것저것 합쳐 새로운 것인 양 내놓기도 한다. 정부의 압박에 밀려 대규모 정규직 전환도 발표한다. 공무원들이 아무리 규제완화를 많이 했다고 자랑해도 국내 투자가 늘어나지 않거나 유입되는 해외투자가 적으면 공치사에 불과하다.



 올 들어 5월까지 현대차의 국내 생산 비중은 38%로 떨어졌다. 지난해 동기에는 45%였다. 중국·러시아·브라질·미국·체코 등 해외 공장에서 62%를 생산한다는 말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시안(西安)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신축하고 있으며, 미국 텍사스 오스틴 비메모리 공장과 베트남 휴대전화 공장도 크게 확장하고 있다. 지금 짓고 있는 경기도 화성 반도체공장 17라인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투자다. LG전자도 2010년 구미에 비주력 분야인 태양전지 공장을 건설한 것 말고는 이렇다 할 투자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바스프 같은 글로벌 기업이 투자하는데 왜 우리 기업은 국내에 투자하지 않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바스프의 결정은 자체 사업전략에 따른 것이다. 그것이 그들에게 가장 유리한 결정이었다고 보면 된다. 우리 기업들은 왜 국내 투자를 꺼리는 걸까. 고용의 중차대함을 잘 알면서도 왜 해외로 나가는 걸까. 땅값·인건비·세금·물류비, 그리고 기업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그것이 더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삼성은 2007년 베트남 휴대전화 공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구미 공장에선 고가품을 생산하고, 현지에선 중저가폰을 조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정은 달라졌다. 현재 베트남 공장에선 구미의 3배가 넘는 1억2000만 대를 생산하고 있고, 그것도 대부분이 고가의 스마트폰이다. 현재 삼성전자 베트남 근로자는 3만 명을 넘는다.



 현실이 이런데도 기업에 대한 정책은 거꾸로 간다. 만 60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고, 세제 혜택은 줄인다고 한다. 반기업 정서는 여전하고, 노동단체 목소리는 크다. 일자리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기업을 계속 해외로 내모는 셈이다. 기업은 잇속만 차릴 뿐 사회적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기업을 계속 압박한다면 일자리에 대한 기대도 접어야 한다.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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