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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 헤즈볼라·미국 대리전 조짐

중앙일보 2013.06.18 00:51 종합 17면 지면보기
나스랄라
흡사 시리즈 전쟁물의 주인공이 바뀐 양상이다. 지금 국제사회는 시리아 내전의 원래 주인공(수니파 반군)이 아니라 악당(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조력자로 등장한 새 얼굴에 긴장하고 있다. 헤즈볼라( 신의 당)라는 이름의 레바논 무장정파다.


외세 개입, 국제전으로 번지나

 헤즈볼라는 막강한 전투력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최근 알아사드 정부군이 서북부 보급 요충지인 쿠사이르를 점령하고, 반군의 거점도시 알레포까지 탈환한 데는 헤즈볼라의 공이 혁혁했다. 이들의 수장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는 아예 ‘성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14일(현지시간) 연설에서 “우리를 분열·약화시키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음모에 맞서 알아사드 정권이 필요로 하는 모든 걸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헤즈볼라, 파죽지세 시민군 거점 점령



 이 때문에 시리아 내전의 실제 ‘게임 체인저’(흐름이나 결과를 바꿔놓는 중요한 인물·사건)가 헤즈볼라의 공식 참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바마 행정부는 13일 시리아 정부군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며 반군 측에 군사지원을 결정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15일자)에 따르면 미 정보 당국이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을 확인한 것은 그보다 일주일 전이었다. 그새 헤즈볼라가 파죽지세로 반군을 몰아쳤다. 반군에 보내는 군사장비가 급진 이슬람주의 세력 손에 들어갈까 우려하던 미국은 비로소 지원 결심을 굳혔다.



위기 느낀 미국, 시민군 군사지원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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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는 레바논 시아파에서 태동한 무장테러단체다. 이슬람 시아파·수니파와 기독교계가 비교적 균질하게 섞여 살던 레바논은 기나긴 내전(1975~90년)을 거치며 각 종파에서 무장세력이 발호했다. 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 기름을 부었다. 이스라엘 침략군을 몰아내고 이란의 이슬람혁명을 재현해야 한다는 운동이 일었다. 이란의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로부터 지침을 받은 수백 명의 시아파 성직자와 과격주의자들이 주동해 헤즈볼라가 탄생했다. 이들은 이란과 시리아의 지지 속에 반이스라엘·반서방 테러활동을 벌였다. 83년 레바논 주재 미 대사관 및 해병대숙소 폭발 사건(각 63명, 243명 사망), 미국 TWA 항공기 납치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박찬기 『헤즈볼라의 형성 과정에 관한 연구, 2007』).



 헤즈볼라는 내전 종식 후에도 유일하게 무장해제를 거부한 채 제도권 정치에 진입했다. 92년 첫 총선에서 시아파에 할당된 27석 중 8석을 차지하고 의회의 캐스팅보트를 쥐었다. 현재도 128석 중 12석을 차지하고 각료도 2명 배출했다. 미국·이스라엘은 일찌감치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지정해 제재하고 있다. 최근엔 유럽연합(EU)도 테러단체 리스트에 올리는 걸 검토 중이다.



 레바논은 접경국 시리아와 역사적으로 미묘한 관계였다. 수니파가 다수지만 소수 알라위(시아파의 분파)가 지배하는 시리아를 종파별 입장에 따라 지지하거나 성토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레바논 전 총리 라피크 하라리 암살(2005년) 배후라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시리아 내전 초기에 레바논은 가급적 등거리를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헤즈볼라가 시리아 내전 전면에 나서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고 있다. 수니파 시리아 반군은 레바논 헤즈볼라 근거지인 바알벡에 로켓과 포탄을 퍼붓고 있다. 국경지대 전사자는 날로 증가한다. 국제사회가 우려해온 내전의 스필 오버(spill over·주변부까지 영향을 끼치는 현상)의 첫 희생국이 레바논이 되고 있다.



 헤즈볼라의 개입은 시리아 내전의 성격을 180도 바꿨다. 2011년 초 발발한 시리아 민중 봉기는 리비아·튀니지·이집트 등을 흔든 ‘아랍의 봄’ 연장선상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점점 다수 수니파와 지배 알라위 세력 간의 종파분쟁으로 변질됐다. 알라위가 속한 시아파는 헤즈볼라의 지원에 힘입어 기세를 높이고 있다. 살림 이드리스 반군 사령관은 “헤즈볼라를 지옥까지 쫓아가겠다”며 보복을 맹세하고 있다.



정부군 승전 땐 시아파 맹주 이란 득세



 헤즈볼라 참전이 궁극적으로는 이란의 입지를 강화해 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은 수니파가 주를 이룬 걸프 국가들 사이에서 레바논 헤즈볼라,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과 3각 동맹을 이어왔다. 최근 이란이 혁명수비대 4000명을 정부군에 지원하기로 결정 한 것도 시아파 연대 강화 차원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 “이란이 이번 내전에서 승리하고 알아사드 정부가 생존한다면 이란의 개입 정책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무스타파 알라미 걸프연구소(GRC) 소장의 발언을 전했다. 3년째 진창에 빠진 시리아 내전에서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이란이 최대 승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진단이다.



강혜란 기자



◆수니(Sunni)파= 무슬림 10억 인구의 90%를 차지 한다. 신의 말씀인 코란과 함께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 을 의미하는 수나(Sunnah)를 따른다. 공동체의 관습을 허용하며 세속적으로 교세를 확장했다.



◆시아(Shi’ite)파= 예언자 무함마드의 적통 계승이 사촌이자 사위인 알리(제4대 칼리프)에게 있다고 보고 알리의 혈통을 이어받은 후계자들만 이맘(종교지도자)으로 받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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